사무총장 아들은 ‘세자’?…감사원, 선관위 27명 수사요청

문예슬 2024. 4. 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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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선관위에 고위 간부 자녀가 특혜 채용되고, 이들이 면접을 볼 당시 면접관들이 부모의 동료임이 알려지며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졌죠.

채용 의혹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이 오늘 아홉 달 만에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감사원 출입하는 정치부 문예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앵커]

우선, 지난해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와 권익위 조사도 있었잖아요?

이번 감사원 감사는 뭐가 다르고 어떤 내용이 새로 나온건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지난해 선관위 사무처의 1, 2인자인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죠.

이후 선관위는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등 고위직 4명을 자체 특별감사해 수사의뢰했고, 국민권익위도 전수조사를 통해 채용 비리 의심 건수 350여 건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 조사는 자체 조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고, 권익위 조사는 선관위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가장 관심을 모았던 친인척 채용 비리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감사원에선 이 부분을 상당히 밝혀냈고, 고위직 뿐 아니라 중간 간부 급에서도 이 같은 관행이 있었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그럼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감사원은 특혜 채용의 주요 통로로 의심되는 경력 채용 10년 치를 모두 들여다 봤습니다.

그 결과 모든 과정에 크고작은 규정 위반이 있었던 걸로 나타났는데요.

모두 천 2백여 건에 달합니다.

우선 장관급 공무원이죠.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경우, 8급 지방공무원인 아들이 강화군선관위로 채용되는 과정에 채용뿐 아니라 인사, 복무, 교육, 전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특혜가 제공된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들의 원서 접수와 함께 예정에 없던 선발 인원이 1명 추가돼 선발 인원이 중도에 1명에서 2명으로 변경됐고요.

면접 과정에선 규정과 달리 김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3명이 면접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3명 중 2명이 만점을 줘서 2명 선발 중 2순위로 합격했습니다.

심지어 이 중 한명은 김 전 총장의 아들, 즉 채용 대상자인 김 씨의 결혼식 당시 축의금을 담당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습니다.

김 씨는 이후에도 기존 규정을 바꿔 1년 만에 상급기관인 시 선관위로 옮겨갔는데, 전입심사 전부터 관사 문제가 논의돼, 없는 예산에 관사까지 배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관사, 애초에 김 씨는 자발적으로 전보한 것이기 때문에 제공 대상자도 아니었습니다.

규정을 위반한 셈입니다.

이렇다보니, 선관위 직원들은 김 씨를 '세자'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같은 채용비리 의혹, 고위직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고요?

[기자]

네, 고위직뿐 아니라 중간 간부, 심지어 퇴직 직원들 사이에서도 채용 특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감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 중 하나인데요.

사례를 좀 보면, 경남선관위에선 4급 과장이 채용계획 수립 이전부터 인사 담당 직원들에게 자녀의 응시 사실을 알리고, 채용 청탁을 받은 인사 과장 등은 연필로 작성된 평정표의 점수를 조작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1,2 순위는 탈락 처리 됐고요.

경북선관위의 한 인사 담당자는 과거 본인의 상사의 아들이 경력채용에 지원한 사실을 알고 응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단 사실을 확인하고도 합격 처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감사원이 이번에 검찰에 넘긴 선관위 전현직 직원은 수사 요청만 27명이고요.

혐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22명은 관련 자료를 넘겼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채용, 인사, 복무 등 조직 전반에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 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진경/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3과장 :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수사 기관의 수사, 나아가 법원 판단까지 봐야겠지만 이번 감사로 그동안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게 됐군요.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렇게 뽑힌 자녀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사실 이번 수사요청 대상자 중에 자녀들은 없습니다.

현재 이들은 선관위에 재직 중인걸로 알려졌는데요.

감사원 관계자는 자녀들이 직접 채용 특혜에 관여한 구체적 정황은 없기 때문에,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징계나 수사 대상이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채용 과정에서 이 정도로 과감한 규정위반이 있었다면, 평소 인사, 복무 운영도 우려스럽군요.

[기자]

네, 조직, 인사 분야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선관위의 한 사무국장은 휴가를 스스로 결재하면서 8년 동안 허위 병가 80일, 무단결근 100일을 낸 후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승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 근무 시간에 로스쿨을 다닌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번 감사를 맡은 감사원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 감사 결과 중 이 정도로 심한 결과는 처음이라면서, 공공 조직인데 마치 '가족 회사'인 것처럼 느슨하게 운영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은 이런 사례들에 대해서도 추가 조치를 검토 중입니다.

[앵커]

오늘 감사 결과에 대해, 선관위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선관위는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앞서 자체 특별감사와 권익위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감사원 수사요청에 대해서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겁니다.

각종 논란에도 선관위가 감사를 거부한 건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였는데, 각종 논란이 계속되면 외부 감사, 견제가 필요하단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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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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