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휴진에 병원 ‘텅텅’… 피 마르는 환자들 [현장, 그곳&]

오민주 기자 2024. 4. 30. 18:43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접수 창구 ‘한산’… 불안한 환자·가족들 항의 소동까지
분당서울대·용인세브란스·고려대안산병원 등 ‘휴진’ 동참
진료 대란 없었지만 전국 확산 땐 피해 가속화될 듯
일부 대학병원의 교수들이 외래진료 및 수술을 중단하고 자체 휴진에 들어간 30일 오후 경기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휴진에 동참한 의사들을 규탄하는 포스터가 게시된 노동조합 게시판 앞으로 한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홍기웅기자

 

의대 교수들의 주1회 정기휴진이 시작된 30일 오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 일부 교수가 외래 진료를 중단하면서 진료 접수 창구는 텅 비어있었다. 이 중 교수 진료 없이 기본적인 검사만 가능했던 이비인후과의 경우 외래 진료 무인 접수 기계 앞에 ‘검사 있으신 분은 해당 검사실로 가서 접수하라’는 안내문구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난청이 심해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김순영씨(가명·69)는 “저번 주에 ‘담당 교수님 휴진으로 오늘(30일)은 기본적인 검사만 가능하다’는 안내 전화를 받았다”며 “교수님을 보기 위해서는 다음 주에 또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데, 교통비에 숙박비까지 두 배로 들어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도 환자와 보호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교수 휴진’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김수형씨(가명·72)는 “고혈압이 있어 교수에게 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며 “나이 든 사람들은 제때 와서 진료받아야 하는데 담당 교수도 휴진할까 봐 오기 전까지 걱정이 많았다”고 호소했다.

저혈압인 아내와 함께 병원에 왔다는 유정일씨(86)도 “휴진이 시작된다고 하니 불안하다”며 “혹시 헛걸음하게 될까 봐 병원에 오기 전에 자식들에게 휴진하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주요 병원 의대 교수들이 오늘부터 ‘주 1회 정기휴진’에 돌입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빅5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과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경기지역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교수 460명 가운데 상당수가 휴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평소보다 외래진료 환자 수가 30%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교수 145명 중 3명이, 고대안산병원은 교수 256명 중 3명이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가 많지 않아 진료 대란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확산이 된다면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사직하는 교수까지 더해지면 피해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전공의 부재로 인해 수술이 밀린 상황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이미 벼랑 끝에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이건혁 기자 geon-siri@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