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끝난 ETF 셀프 문제제기… 거래소, `주먹구구식` 규제

김남석 2024. 4. 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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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직접 심사하고 승인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셀프' 문제제기를 했다.

이미 모든 규제를 충족해 승인을 받은 상품에 대해 리밸런싱(투자 자산 재조정)을 요구하면서도 신규 상품 출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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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 등
특정종목 고비중… 리밸런싱 요구
공지없어 투자자·업계 혼란 야기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가 직접 심사하고 승인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셀프' 문제제기를 했다. 이미 모든 규제를 충족해 승인을 받은 상품에 대해 리밸런싱(투자 자산 재조정)을 요구하면서도 신규 상품 출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와 투자자의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자산운용사에 ETF 상품 내 특정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춰 설계하도록 지시했다. 1~2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당 상품의 상장을 직접 승인했던 거래소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해당 상품들이 명문화된 상장 규정을 모두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공문조차 발송하지 않고 문제만 지적하면서 상품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특정 종목을 과도하게 담는 것을 지양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의 메일만 발송한 것"이라며 "어떤 종목이나 상품을 특정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현재 거래소는 ETF의 기초자산 가격이나 지수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의 가격 또는 다수 종목의 가격수준을 종합적으로 표시하고,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이 10종목만 넘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 종목의 비중도 하나의 종목 비중이 30%만 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특정 종목의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 역시 해당 기준을 모두 충족해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비만치료제 관련 ETF 역시 지적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해당 상품들에서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과 미래에셋, KB의 비만치료제 ETF에서 두 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래소가 제시한 6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거래소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해당 상품의 리밸런싱을 요구했고, 각 운용사의 ETF에서 현재 두 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장 당시보다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이미 출시한 상품의 리밸런싱을 강제하면서 오히려 투자자의 리스크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해당 종목들의 가능성을 보고 비중이 높은 상품을 선택한 투자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상품 구성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투자자의 선택 폭도 좁아졌다. 특히 제약이나 전기차 등 일부 산업의 경우 1~2개 종목들이 산업 전반을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중을 명시된 것보다 과도하게 규제하면 상품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전기차 ETF를 만드는데 테슬라와 현대차의 비중을 동일하게 설정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거래소가 이미 ETF 관련 규정을 제시해 뒀고, 운용사들은 이에 맞춰 상품을 설계하는데 이렇게 사후에 주먹구구식으로 추가 규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심사를 넣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은 '독점 거래소'의 갑질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고 주장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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