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첫날 대란 없었지만 …"수술 취소될라" 환자 불안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4.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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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위기 확산 공포
교수들 예정된 진료했지만
신촌 세브란스 수술 반토막
다음주부터 진료 더 줄어들듯
강경파 임현택 의협회장 취임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 예고
대학별 대입전형 계획 제출
국립 6개 대학 50%로 줄여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교수가 휴진한 30일 서울대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긴급 심포지엄에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참석해 있다. 이승환 기자

국내 주요 병원에서 진료 '중추'를 맡고 있는 의과대학 교수들 중 일부가 주 1회 휴진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전체 의대 교수 중 휴진에 참여한 규모가 크지 않아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 의대 교수진의 진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돼 환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등에서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이 제한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에 찾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암병동에서는 진료가 대체로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모든 교수가 휴진에 동참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후두암 외래 진료를 위해 수원에서 왔다는 박 모씨는 "평소 진료를 받던 교수님에게 진료를 받았고 진료실 앞에도 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과목에서는 외래 진료 대기 시간이 한 시간 넘게 늘어났다. 폐암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김 모씨(62)는 "오전 10시 예약이지만 11시가 넘도록 진료를 못 받고 있다"며 "오늘 폐암 진단을 받는 날인데 의사들의 공백 상황이 지속되니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세브란스병원 앞에서는 의대 교수 7명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김창훈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암병동은 급한 환자가 많아 외래 진료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진료를 조절할 수 있는 과들은 외래 진료도 많이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주 화요일과 비교해 이날 수술 건수가 45% 줄었다"며 "매주 1회 휴진한다고 했으나 아직 다음 휴진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의대 교수들의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병원 역시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야 휴진이 결정됨에 따라 교수들이 예정된 수술이나 진료 일정을 미루지 못해 실제 휴진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일괄 휴진이 아니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휴진이 이뤄져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고려대구로병원은 "환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는 병원장의 설득에 따라 휴진 없이 정상 진료가 이뤄졌다. 다만 이 같은 의대 교수들의 휴진 참여 행진이 점차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이 다음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을 예고하는 등 주요 대형병원의 휴진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돼 안심하기는 이르다. 특히 1일부터 대한의사협회가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회장 체제로 전환된다는 점은 의정 갈등의 최대 우려 요소로 꼽힌다. 의협은 42대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와 언제든 일대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의대생을 포함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이날 밝혔다.

의사들의 휴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정원 윤곽이 드러났다.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학들은 이날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했다. 대교협이 5월 중 심의·의결을 마치고 대학들이 모집 요강을 발표하면 정원이 확정되는 까닭에 의사들과 대학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제출 기한은 4월 말까지지만 5월까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빠른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 전날까지 총 40개 의대 중 증원분을 배정받지 않은 서울 소재 대학 8곳(서울대·연세대·고려대·경희대·한양대·가톨릭대·중앙대·이화여대)과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학을 제외한 31곳 중 증원 숫자를 정한 곳은 19곳이었다.

의대 증원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지방 국립대들은 증원분의 50%만 우선 반영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국립대 6곳(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이 학교별 여건과 의사 반발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증원분을 감축하자고 건의한 뒤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사립대들은 증원분을 대부분 유지하는 분위기다. 다만 울산대는 80명에서 75%인 60명 증원으로 규모를 줄였고, 성균관대 역시 당초 80명에서 75명 안팎으로, 영남대는 20명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익 기자 / 김지희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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