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56% 소득보장안 선호”… 당정 “미래세대 부담 외면”

조병욱 2024. 4. 30. 1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론화위 ‘소득보장안’ 연금특위 보고
여야 입장차 커… 21대국회 처리 난망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올려
기금 고갈시점은 6년 늦춰져 2061년
복지부 “재정 되레 악화… 개혁 취지 역행”
野 “결과 존중해야… 이젠 국회의 시간”
나경원 “더 받는 마술 없어… 새 방안 찾자”
충당금 609조원 이원화 ‘新연금’ 주장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30일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결과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야는 격론을 벌였다. 공론화위의 공론조사 결과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의 개혁안에 대한 선호도(56%)가 더 높게 나타난 가운데 여당은 미래세대의 부담 증가를 우려하며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날 영수회담에서 나온 대통령의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추진에 대해 정부는 “적극 추진을 위한 의지표명”이라고 해명했다.
김상균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4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론화 결과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연금특위는 앞으로 남은 한 달간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연금개혁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합의 도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달 중으로 연금특위가 합의안을 만들어 법안을 발의하면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통과가 가능하다. 다만 여야의 입장차가 커 남은 기간 합의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상균 공론화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13∼21일 4차례의 연금개혁 토론회를 거쳐 나온 소득보장안(1안)과 재정안정안(2안) 등 두 가지 안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모두 인상하는 방향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의 필요성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했다. 또 “시민대표단은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최대한 연장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퇴직연금의 준공적연금 개편 대안이 가장 많이 선택된 것 등으로 볼 때 구조개혁을 지지하는 방향성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론조사 결과 시민대표단의 56%는 1안을, 42.6%는 2안을 선택했다.
‘더 내고 더 받기’로 불리는 1안은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42.5%인 소득대체율도 50%까지 올린다. 이렇게 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62년으로 현재 2055년에서 7년이 연장된다. 다만 이날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새로운 재정추계에 따르면 기금 고갈 시점은 1년씩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됐다. ‘더 내고 그대로 받기’로 불리는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낮춘다. 대신 기금 예상 고갈시점은 2063년으로 8년이 연장된다.
복지부는 이날 최신 재정추계를 보고하면서 1안은 “현재보다 재정을 더 악화시켜 재정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추계에 따르면 한 해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해 가입자가 내야 하는 보험료율은 2078년 최고 현행 기준 35%에서 1안은 43.2%로 8.2%포인트 상승하고, 2안의 경우 35.1%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다. 또한 40년간 보험료를 내고 25년간 수급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 수지균형보험료율도 1안은 24.7%, 2안은 19.8%로 추산됐다. 2093년 말까지 현행 대비 누적수지적자 규모도 1안은 1004조원이 늘지만 2안은 4598조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여당 의원들은 1안보다 기금 고갈 시점을 현행보다 6년 늦추는 데 그치고, 기금 소진 이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이 43.2%까지 높아진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58%에 달하는데, 1안과 2안 모두 2060년대 초반에 고갈된다는 점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도 “국민연금 보험료와 건강보험료를 합하면 미래세대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공론화위가 시민 참여단에게 미래세대 부담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공론화위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공론조사를 통해 생각의 변화를 확인한 것이 이번 조사의 의의”라며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국민 생각 파악했으니 판단과 결정을 국회가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젊은 세대일수록 오히려 노후소득을 국민연금으로 제대로 보장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세대 간 갈등 프레임을 경계했다.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재정추계와 관련해 “일부러 (누진적자) 4.5%를 적용해 누진적자가 엄청 많이 나온 것처럼 만들어놨다”며 “공론화위 결과에 대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려고 하는 의도가 보고서에 있다고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에서 오간 연금개혁 관련 발언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측은 대통령이 연금개혁 논의를 22대 국회로 미루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연금개혁 의지를 의심했다. 반면, 이기일 복지부 차관은 “21대 국회에서 바람직한 연금개혁안이 나오면 적극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1차관(왼쪽 세 번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한편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자(서울 동작을)는 “연금개혁에는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마술은 없다”며 새로운 연금개편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 당선자는 공론화위에서 찬성이 높았던 1안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더 받자고 미래세대의 빚을 더 늘려야 되겠냐”며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발표한 신연금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연금 개편안에 대해 “이전에 쌓인 보험료는 구연금으로 지급하고, 주머니를 따로 분리해 신연금으로는 미래세대가 납부한 만큼 연금을 받도록 해 청년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신연금은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 올해 기준 약 609조원을 일반재정으로 보장해 연금을 이원화하자는 논의다. 문제는 GDP의 26.9%에 달하는 거액을 현실적으로 충당할 방법이 없어 이번 공론화위 논의에선 제외됐다. 연금 전문가들은 609조원을 재정으로 투입하면 현행 제도도 2100년 이후까지 유지된다고 내다본다.

조병욱·김현우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