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어 조선·문화일보까지 건드리는 방심위

박재령 기자 2024. 4. 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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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조선·문화일보 유튜브에 '시정요구' 예고한 방심위
MBC 오보 때 드러난 방심위 의도 "인터넷 기사도 심의해야"
현행 제도론 언론사 유튜브 심의 사실상 불가… 제도 개선 밀어붙이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에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를 예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부터 MBC '미국 본토 공격' 인터넷 기사 오보까지 언론의 인터넷 기사 심의를 강행하다 보수신문까지 심의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 시정요구로 이어지면 사실상 '사회혼란 야기' 조항으로 모든 언론사 콘텐츠를 방심위가 심의할 수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25일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관련 유튜브 영상 44건, '이재명 정적 자르기' 등 민주당 인사 관련 영상 1건 등 총 49건에 시정요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가 제기한 민원이다.

시정요구가 예고된 영상 대부분은 AforU아포유(구독자 24만 명), 지식의칼(구독자 52만 명), 신의한수(구독자 150만 명) 등의 유튜브 채널로 이 대표 피습에 대해 종이, 나무, 손톱, 볼펜 등에 의한 상처라고 언급하거나 부산경찰청장의 개입 또는 자작극 의혹 등 음모론적 내용이 포함된 영상이다.

심의 대상엔 조선일보·문화일보의 유튜브 콘텐츠도 포함됐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경찰이 의도적으로 현장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을 내보냈고, 문화일보는 이재명 대표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에 '정적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이재명 피습 다룬 조선일보 유튜브에 방심위 '시정요구' 예고]
[관련 기사 : “이재명 정적 죽이기” 조선일보 이어 문화일보에도 방심위 '시정요구' 예고]

방심위가 접속차단 의견을 낸 근거는 '사회혼란 야기'다. 해당 조항은 특정 정보로 인해 현재 사회에 큰 혼란이 야기될 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데 방심위원들은 어떤 부분이 허위이고 어느 정도로 혼란이 야기돼 피해가 예상되는지 특정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뉴스타파 심의 근거 '사회혼란' 조항 적용이 특별해보이는 이유]

당시 회의 현장에서 김우석 위원은 “여야를 떠나 정치지도자가 위험한 상황이 됐으면 근거 없이 조롱하거나 폄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을 갖고 시정요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고, 허연회 위원도 “과잉 규제가 아닌가 많은 고민했지만 결론은 시정요구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정옥 위원도 “시정요구 하겠다”고 했다.

방심위 속내? “심의제도 개선”

'시정요구' 의견을 낸 김우석·이정옥·허연회 위원은 모두 여권 추천 위원이다. 여권 추천 위원이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를 대상으로 심의에 나선 배경에는 언론의 인터넷 기사까지 심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관련 기사 : MBC '미 본토 공격 오보' 제재 못 내린 방심위 “심의제도 개선 필요”]

방심위엔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와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가 있다. 방심위가 방송사에 중징계를 내린 곳은 방송소위다. 하지만 MBC의 '미국 본토 공격' 오보는 방송이 아닌 온라인판에 나왔다. 국민의힘은 방송소위로 민원을 넣었지만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는 통신소위에서 안건이 다뤄진 이유다.

통신소위는 마약, 성매매 광고 등 불법·유해정보를 주로 심의한다. 윤석열 정부 이전엔 언론의 인터넷 기사를 심의한 전례가 없는 데다, 해당 기사는 수정돼 사회혼란이 야기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통신소위는 이례적으로 심의 안건이 아닌 '보고 안건'으로 올려 MBC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회의에서 김우석 위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고 이정옥 위원은 “인터넷언론, 유튜브 등에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는데 시급히 제도의 교정이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방심위는 통신심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제1차 통신심의 제도 연구반 회의 자료'를 보면 방심위가 작성한 개정 초안에 '인터넷신문'과 유튜브 등을 뜻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정의를 통신심의 규정에 새롭게 포함하고 심의 범위를 넓히는 문안이 포함됐다.

[관련 기사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 신문 심의 준비 중?]

조선·문화일보 콘텐츠 차단 사실상 어려워

조선일보·문화일보에 내려진 '사회혼란 야기'로 인한 '시정요구 전제 의견진술'은 지난해 10월 뉴스타파 심의 때도 이뤄졌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지난해 10월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가 사회혼란을 야기했다며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언론(뉴스타파)을 심의하고, 시정요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는데 당시 뉴스타파는 “불법 검열”이라며 출석을 거부했다.

▲ 2월13일자 문화일보 유튜브 갈무리.

결과적으로 방심위가 이들 콘텐츠에 접속차단을 의결할 가능성은 적다. '엄중 조치'를 예고했던 뉴스타파에도 방심위가 제재를 못 내린 것처럼 언론사 콘텐츠를 심의할 근거가 미약하고 접속차단 시정요구를 결정해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방심위의 접속차단은 한국에서 못 보도록 통신사(ISP,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요청하는 방식인데 언론 영상을 통신사가 차단하기는 어렵다. 사회질서 혼란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소송 패소 가능성도 있다. 그간 법원은 방심위 제재와 관련해 최소 심의 원칙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판례를 보였다.

조선일보·문화일보 등의 콘텐츠를 “가짜뉴스”라 규정하며 민원을 제기한 곳이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란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가짜뉴스 정의가 불분명하다며 언론사에 대한 방심위 심의를 비판하던 민주당 입장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2016년 사드 전자파 음모론 게시물 심의 당시 유승희 민주당 표현의자유특위 위원장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이 비판하던 방심위 심의를 정당화할 수 있는 기대를 주는 것”이라며 “올바른 방식이 아니고 반복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회혼란을 야기시켰다는 민원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요소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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