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무총장 자녀는 ‘세자’…간부는 8년간 170일 무단 해외여행

손덕호 기자 2024. 4. 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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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27명 대검에 수사 요청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제1동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 점검을 하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중앙선관위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전국 선거관리위원회가 2013년부터 10년간 167차례 진행한 경력직 공무원 채용에서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비리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반 건수는 800여건에 달한다. 선관위 직원들은 사무총장 자녀를 ‘세자’로 부르기도 했다. 한 간부는 장기간 무단으로 결근하고 해외여행을 떠났는데도 내부에서는 당연시했다.

감사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 1명과 지역 선관위 사무처장 등 중앙 및 8개 시·도 선관위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앙·인천 선관위는 A씨가 사무차장·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 A씨의 자녀에 대해 특혜를 제공했다. 중앙·인천 선관위는 경력경쟁채용(경채·지방 공무원을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전형)을 하면서 선발 인원 산정부터 채용 방식, 서류 전형 우대 요건과 시험 위원 구성 등 모든 과정에서 A씨의 아들에 유리한 방식을 적용했다.

중앙선관위는 2019년 9월 경채 수요 조사 당시 인천 선관위가 6급 이하 인원이 정원 초과라고 제출했으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신규 경채 인원 1명을 배정했다. 인천 선관위는 규정과 달리 3명의 면접위원을 모두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A씨와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2명이 A씨 아들에 만점을 줬고, A씨 아들은 2명 선발 중 2순위 합격했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내부 메신저에서 A씨 아들을 ‘세자’라고 부르며 대화하거나 A씨의 ‘과도한 자식 사랑’ 등을 언급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A씨는 2021년 말 인천선관위의 방호직 결원 전환 계획에 자신의 지인을 채용하라는 부당 지시로 권한을 남용하기도 했다.

전남선관위는 2022년 2월 경채 면접 때 면접위원들에게 평정표도 작성하지 않도록 하고, 사전에 내정되지 않은 응시자만 불합격 처리했다. 대신 전 사무총장 B씨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내부 위원이었던 전남선관위 과장은 지난해 이와 관련한 특별감사 결과로 수사 의뢰되자 하급자인 인사 담당자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정리된 면접시험 관련 파일에 대한 변조를 종용했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3월 당시 사무차장 C씨의 청탁을 받아 채용 공고에 나섰다. 이후 C씨의 자녀만을 대상으로 면접시험 등에 내부 위원만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특혜 채용을 진행했다. 이를 은폐하려 국회에 위법 사실이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허위 답변서를 국회에 총 6회 제출했다.

서울선관위는 2021년 10월 전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상임위원 D씨의 자녀가 응시한 경채 면접에서 내부 위원들이 면접 점수를 사후에 수정했다. D씨의 자녀는 소속 지자체가 전출을 불허했지만, 서울선관위는 전출 동의 없이 임용을 강행했다. 특혜채용 관련자들은 지난해 5월 자체 특별감사에서 허위진술을 한 뒤 관련 자료를 파기했다.

경남선관위는 2021년 7월 경채에서 당시 경남선관위 과장으로 근무하던 E씨의 청탁으로 E씨의 자녀를 미리 합격자로 내정했다. 청탁받은 인사 담당 과장은 직접 면접시험 내부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시험 종료 후 인사 담당자를 불러 E씨의 자녀가 포함된 5명의 합격자 명단을 전달했다.

충북선관위는 2019년 11월 전 청주시상당구선관위 국장 F씨의 자녀가 경채에 응시하자 자녀가 소속된 지자체가 자녀의 전출에 동의하도록 관할 선관위가 선출직인 군수를 여러 차례 압박했다. 군수는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며 전출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잇따른 청탁과 설득에 의해 결국 전출에 동의했다. F씨의 자녀는 충북선관위 모든 면접위원으로부터 1순위로 평가받아 합격했다.

경북선관위는 2021년 7월 경채에서 소속 간부 직원이었던 G씨의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게 되자 응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은폐하고 서류 시험에 부당 개입해 합격 처리했다. G씨의 자녀가 면접 결과 1순위로 합격하자 소속 기관의 전출 부동의에도 의원면직하게 한 뒤 임용을 강행했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는 여전히 선관위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 비리와 관련한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이들에 대해 징계나 임용 취소를 하기 어렵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감사원은 선관위 감사에서 채용 비리 외에도 조직·인사 분야에서도 심각한 복무기강 해이, 고위직을 늘리려는 목적의 방만한 인사 운영, 편법적 조직 운영이 나타났고, 내부통제는 유명무실했다고 밝혔다.

시 선관위 사무국장 H씨는 같은 진단서를 반복 사용하거나 허위 병가를 스스로 결재하는 등 ‘셀프 결재’ 방법으로 8년 간 100여일 무단결근하고 허위 병가는 80여일 사용했다. H씨는 이 방법으로 70여 차례에 걸쳐 170일 이상 무단으로 해외여행을 즐겼다.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조직·인사 실태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신속히 최종 감사 결과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지난해 5월 자체 특별 감사에 따라 전 사무총장과 차장 등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9월에는 국가권익위원회 고발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엄중히 조처하겠다”고 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7월 채용 공고 없이 1인이 응시한 뒤 합격자가 선정되는 ‘비(非) 다수인 경력 채용’ 제도를 폐지하고, 시험 위원이 응시자와 친인척 관계가 있는 경우 회피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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