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미리 사두자"…'오너 3세들' 매수 '클릭클릭'

이시은 2024. 4. 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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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들이 물려받을 지분을 장내 매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증시 자금이 순환매 기조 속 반도체·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특정 테마에만 몰리며, 소외 종목군이 발생한 것이 이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됐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이달 들어 한화갤러리아 지분 44만 2000주를 19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했다.

아버지인 김상헌 동서 고문으로부터 주식 증여를 받고, 최근 들어 지분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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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주가 틈타 지분 늘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너 3세’들이 물려받을 지분을 장내 매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증시 자금이 순환매 기조 속 반도체·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특정 테마에만 몰리며, 소외 종목군이 발생한 것이 이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됐다. 다만 3세들의 매수세가 주가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이달 들어 한화갤러리아 지분 44만 2000주를 19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했다. 이날 주가로 6억원 상당이다. 지분율은 기존 1.92%에서 2.14%로 증가했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가 지분의 36.61%(보통주 기준)를 갖고 있지만, 김 부사장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후계구도 윤곽이 비교적 뚜렷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인 김 부사장은 유통과 건설, 로봇 등을 이끌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 ㈜한화 건설 부문, 한화로보틱스 등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이중 상장사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를 제외하면 한화갤러리아 하나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에서 분할 상장했다. 분할 상장 이후 이날까지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34.27% 떨어졌다. 김 부사장은 작년 4월부터 때마다 지분을 늘리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장남인 김동윤 한국투자증권 대리도 이달 지분 매입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1월 마지막으로 1만 5000주를 매수한 뒤, 지난 5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4만3000주를 사들였다. 이날 주가로 30억원어치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1월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을 기점으로 지난달 초까지 주가가 31.66%까지 뛰었다. 이후 상승분의 절반을 반납하며 주가가 떨어지자 다시 장내 매수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보유 지분은 0.6%로 크지 않지만, 연속된 매수세가 이목을 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을 거느리고 있는 그룹 승계의 핵심이다.

‘동서그룹 3세’ 김종희 동서 부사장도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고 있다. 이달 들어 10차례에 걸쳐 동서 주식 35만 주를 사들였다. 66억원 상당의 가치다. 동서 주가는 올들어 1만7000~1만8000원 선의 등락을 반복하며 계속 부진했다가,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어 지난해 말 수준까지 올라왔다. 김 부사장은 동서 지분 14.49%를 가진 동서그룹 창업자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아버지인 김상헌 동서 고문으로부터 주식 증여를 받고, 최근 들어 지분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사촌들이 지분을 일부 갖고 있지만,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어 유력 승계 대상자로 평가되고 있다.

후계자들의 지분 매수 흐름이 실제 주가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통상의 소수지분 매입은 책임경영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주가가 비쌀 때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승계를 앞둔 그룹에선 주가가 낮은 상황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배당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나 합병 등 큰 틀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제외하면 부양책을 내놓을 동력이 떨어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경영 승계를 진행 중인 일부 상장사에선 기업설명(IR) 작업을 피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진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일반 투자자는 오너는 회사를 바라보는 ‘투자 시계열’이 달라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호흡이 짧은 투자자는 승계 작업이 종결된 뒤 주가 부양이 시작될 때 관심을 가져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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