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초록불, B는 빨간불”... 구장마다 ‘ABS 판정등’ 도입 검토

배준용 기자 2024. 4. 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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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사이에서 ABS 불만 커져...직관성 높이는 방안 검토”

올 시즌부터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전격 도입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에 대해 KBO 선수들이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형성하는 가운데, KBO가 판정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교통 신호등과 유사한 ‘ABS 판정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청백전 연습경기중 피치클락 시간 안에 투구하고 있는 류현진. 대전=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30일 KBO를 포함해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KBO는 최근 각 팀 덕아웃에 ABS 판정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인이어를 제공한데 이어 각 구장마다 ABS 판정을 바로 보여주는 이른바 ‘판정등’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ABS는 파울, 타격 여부와 무관하게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이 들어오면 남자 음성으로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공이 오면 여성 음성으로 ‘볼’이 나온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에 따르면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오기 전에 심판과 덕아웃의 인이어에는 바로 판정음이 들린다’고 한다.

KBO는 이에 맞춰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이 들어온 경우 초록불, 존 밖이면 빨간불을 켜는 식으로 판정등을 설치해 각 팀 선수와 스탭, 관중들이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현재 각 구장 전광판은 제각각 빼곡하게 사용하고 있어 KBO가 ABS 판정등을 경기 전광판에 추가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구장마다 설치된 전광판 옆 피치클락 타이머 옆에 판정등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ABS 도입 초기에 전광판에 수작업으로 ABS 판정을 그대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수작업으로 작동하면 또다른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배제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 등을 포함해 시스템 판정을 그대로 전송받아 표기하는 판정등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상대로 작동하면 ABS와 관련된 의문들도 조금 더 해소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선수들을 중심으로 ABS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면서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선수들의 불만을 모아 이주 내로 ABS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최근 한화 투수 류현진이 공개적으로 ABS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 쌓아둔 말을 꺼내는 흐름이다.

평정심을 잃지 않기로 유명한 류현진은 지난 24일 수원 KT전에서 5이닝 동안 7실점하며 부진했는데, 당시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던진 공들이 볼 판정이 나오자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튿날 류현진은 취재진들 앞에서 “볼이 될 게 스트라이크가 되고, 스트라이크가 볼이 된다. 경기마다 바뀌는 건 문제”라고 했다.

이후 타자 쪽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KT 황재균이 26일 경기에서 삼진을 당한 후 볼 판정에 항의하며 헬멧을 집어 던져 퇴장당했다. 이후 황재균은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며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라는 점이 가장 (불만이) 크다. 선수들 불만도 점점 쌓인다”고 했다.

4월까지 ABS를 지켜보기로 한 선수협은 최근 선수들의 입장을 모으고 있다. 투수 쪽에선 구장과 날씨, 경기에 따라 ABS가 달라진다는 불만이 있고, 타자들은 대체로 스트라이크존 상단이 너무 넓다는 게 주된 불만이다. 특히 KBO가 ABS를 도입하며 선수들 의견은 듣지 않고 각 구단 수뇌부와 논의해 일방적으로 도입한 것에 불만이 크다. 한 야구계 인사는 “선수들도 ABS존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전격적으로 도입되다보니 불만이 크다”며 “특히 기존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한 베테랑들의 불만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KBO는 “ABS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의 주관적 체감이 제각각 다를뿐 ABS는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사람 삼판’보다는 ABS가 양팀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호응도가 높다.

판정등이 설치되면 덕아웃에 지급된 ABS 판정 인이어로 인한 혼란은 줄 것으로 보인다. 각 구단들은 KBO가 지급한 인이어로 볼 판정을 체크하는 데 저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어떤 팀은 통역 요원이 듣고, 어떤 팀은 코치가 듣고 하는데 스태프들 제각각 역할이 있고 덕아웃 출입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보니 누가 맡아서 할 지 고민이 많다”며 “판정등이 도입되면 이런 부분은 좀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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