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휴진 본격화…환자들 아우성 "진료 무기한 미뤄져"

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CBS노컷뉴스 박인 기자 2024. 4. 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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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 오늘 '개별 휴진'
서울의대 비대위 "앞으로도 진료 축소될 수밖에"
연세의대 교수들 '정책 원점 재검토' 피켓 시위
환자들 "하루하루 조마조마해" 불안 호소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반발과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주요 병원 교수들이 예고한 집단 휴진이 현실화됐다.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현장에선 교수 휴진이 예고됐던 만큼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의료진 휴진·사직 선언에 따른 환자들의 불안이 극심했다.

병원 곳곳 휴진 안내문 게시…일부 교수 '정책 원점 재검토' 피케팅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쓴 성명서를 보고 있다. 주보배 기자

이날 서울대병원 본관 1·2층 곳곳에는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에서 작성한 성명서가 붙어 있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해당 성명서에서 "갑작스러운 교수들의 휴진으로 직원 여러분의 부담이 늘어나게 돼 대단히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남아있는 교수들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진료 현장을 지킬 것이나, 부득이하게 앞으로의 진료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교수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도 병원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앞에는 "A교수가 오늘 휴진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가 시간이 지나자 철거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앞에도 "B교수의 외래진료는 중증 환자에만 국한해 오전에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앞선 총회에서 이날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결정했다. 세브란스병원 등이 속한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다만 두 병원 모두 진료 및 수술 중단 대상에서 중증·응급·입원 환자는 제외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소속 교수 5명은 진료를 쉬는 대신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원점 재검토 해야 한다"며 "환자한테는 미안하다. 그러나 교수들도 진료 역량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이비인후과 진료실 앞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인 기자

정부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 혼란 없을 것", 노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이번 휴진은 예정돼 있었고, 이에 맞춰 진료 일정 변경도 이뤄졌기에 큰 혼란은 피해가는 기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서 "오늘 일부 의료기관에서 외래 진료, 수술에 대해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이는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이라며 "전면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병원은 없어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선 정확히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가 몇 명인지 집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의 정확한 휴진 참여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지난주 월요일부터 교수님들이 휴진을 하기 위해서 휴진 신청서와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도 "정확한 (휴진 참여)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며 "아침에 원내 건물 세 군데를 다 돌고 지금 막 왔지만 휴진한 교수들이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노동조합에선 교수들의 휴진 규모를 자체적으로 집계해 공개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병원에 게시한 성명서를 보면, 13개 진료과가 휴진에 참여했다. 노조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총 38명의 의사가 정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며 "3천건에 가까운 환자의 검사·수술·진료가 변경 및 취소됐다. 환자와 동료를 기만하는 꼼수 단체 휴진"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관계자도 "노조 차원에서 오늘 아침에 파악한 결과 외과·성형외과·신장내과·이비인후과·소아 청소년과 등에서 교수 휴진이 발생했다"며 "휴진 자체가 환자의 생명 및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휴진에 참여한 일부 교수들은 사전에 진료 일정을 조율해 환자들에게 안내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최소화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의대 비대위 배우경 언론대응팀장은 "분당 서울대병원은 (휴진일에 예정돼 있던) 수술이나 진료를 지난주부터 당겨서 하고 있다"며 "또 오늘 못한 분들은 이번주 목요일 금요일로 미뤄서 진료를 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속 타는 환자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휴진에 참여한 일부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박인 기자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의 사직 선언이 이어지고, 휴진 사태까지 현실화되자 그에 따른 환자 불안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녹내장 환자 고모(85)씨는 "3월에 한 차례 미뤄져 지난 2일로 예정돼 있었던 안과 진료가 사실상 무기한 미뤄졌고, 3월이었던 산부인과 진료는 7월로 연기됐다"며 "지난 2일 정형외과 진료는 현장에서 아예 접수조차 되지 않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씨는 "(의정 갈등이)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지,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다"며 "아픈 환자들 입장에선 하루 하루가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조모(69)씨는 "전립선암이 의심돼서 조직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진료일에 (의사) 선생님들이 진료를 거부할까 두렵다"며 "환자들 모두 불안해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한편 방재승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서울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 4명은 다음 달 1일부터 실질적으로 사직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교수들의 주 1회 휴진도 빅5 병원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3일 하루 휴진에 돌입한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하루를 선택해 휴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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