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세브란스 일부 교수 휴진, ‘의료대란’은 없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하겠다고 선언한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진료실 앞에서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종찬 기자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고려대의료원 소속 교수들이 당초 예고대로 휴진에 들어간 30일 각 병원은 큰 혼란 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교수가 휴진을 공지하고 외래 환자 등을 받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휴진 참여 규모가 크지 않아 환자들이 우려했던 ‘진료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측은 이날 “일괄 휴진이 아니라 교수님들이 자율적·개별적으로 휴진을 택하는 것이라 평소처럼 진료하시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세브란스병원도 휴진을 공지한 교수가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진료과가 큰 차질 없이 운영 중이다.

두 병원에선 ‘이미 예정된 수술 일정 등을 갑자기 연기하긴 어렵다’고 한 교수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도 휴진일에 신규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은 하지 않지만, 중증·응급 환자와 입원 환자 진료는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도 이날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가 많지 않아 큰 혼란 없이 진료·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고려대구로병원 측은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는 병원장 설득에 따라 휴진 없이 정상적으로 진료를 소화 중”이라고 했다.

이날 교수들의 휴진과 관련해 정부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오늘 일부 의료기관에서 외래 진료, 수술에 대해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이는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이라며 “전면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병원은 없어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는 중증·응급환자 등 진료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로비에서 교수들이 휴진 내용과 의대 증원 반대 주장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세브란스병원·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주 1회 휴진에 들어가고,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진료를 쉰다. 삼성서울병원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일주일에 하루씩 쉬기로 했다.

앞서 충북대병원·원광대병원 등 일부 지방 의대 교수들이 매주 금요일 휴진에 들어간 데 이어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움직임이 서울 주요 대학병원 등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국 20여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주 1회 휴진을 결의한 만큼 참여 규모는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휴진에 참여하는 의대 교수들은 “피로 누적에 따른 불가피한 휴진”이란 입장이지만, 의료계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에 난색을 표한 정부에 항의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