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 "공연 안 보면 로생 절반 손해"

홍수민 기자 2024. 4. 3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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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문부터 저니스 엔드까지 기타·피아노와 함께 한 추억 여행
- 수많은 모험가로 가득 찬 '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 현장

"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 가고 내 로생 달라졌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콘서트 '디어 프렌즈' 티켓팅에 광탈했던 것이 어느덧 2년 전이다. 로스트아크 전국 투어 콘서트 '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한 번만 하는 공연이 아니라 천만다행"이었다. 지방에서도 열리면 아무래도 경쟁률이 낮을 거라 생각했다.

경쟁률이 어마무시한 서울 공연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대전 공연 티켓팅에도 실패하자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덕후는 계를 못 탄다고 하던가. 기타군단장님과의 인터뷰에서 잔뜩 콘서트 기대감만 높이고 정작 본인은 못 가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마음이 반쯤 꺾일 뻔했는데, 다행히 소향씨어터 신한카드 홀에서 열리는 28일 부산 공연 티켓팅에 성공했다. 카카오톡으로 도착한 예매 성공 메시지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미리 공연 후기를 보고 가면 설렘이 덜할 것 같아 단 하나의 공연 후기도 찾아보지 않은 채 공연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28일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소향씨어터 근처 카페에서는 미리 도착한 모험가들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서 카멘이니 이클립스니 베히모스니 하는 익숙한 이야기가 들렸다. 이 사람들도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구나 싶어 마음이 푼푼해졌다.

-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1층과 2층으로 발권 줄이 나뉘어 덜 혼잡했다

공연장 역시 로스트아크의 인기를 증명하듯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입구부터 티켓 발권 하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티켓 발권 시 팔찌와 신분증, 스토브 앱의 캐릭터를 일일이 확인했다. 깐깐한 확인 절차를 보니 확실히 '로스트아크 팬을 위한 행사'라는 실감이 들었다.

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의 막을 올린 것은 윤아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아르고스 '맑음'과 아르카디아의 성역이었다. 카드작도 한참 전 졸업해 정말 오랜만에 들은 곡이었는데, 연주를 들으며 시즌 2 오픈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르고스 뒷발차기에 우수수 날아가던 공격대원들, 열심히 돌던 피자 패턴, 팔괘진 못 돌고 회오리 폭탄 안 쓰는 나쁜 친구들... 

공연은 윤아인 피아니스트와 정성하 기타리스트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라 곡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솔로 혹은 듀엣 연주를 선보이는 식으로 진행됐다. 많은 게임 관련 공연에 참석했지만, 이렇게 아티스트가 직접 한 곡 한 곡 소개하고 연주가 이어지는 경우는 처음이다.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로악귀로 유명한 정성하 기타리스트의 경험담을 곁들인 토크는 정말 재미있었다. 강화하면서 듣는 로맨틱 웨폰, 엘가시아 대륙 오픈런, 가슴을 울린 하르타 바하나 등 모험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였다. 마치 연주자와 관객 사이가 아니라 무대를 두고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끼리 즐거운 수다를 떠는 것 같았다.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지 않는 윤아인 피아니스트의 소개도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음악적 해석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캐릭터와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녹아 있고 연주자가 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윤아인 피아니스트의 약간 어색하고 귀여운 한국어 표현이 공연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 기타와 피아노로 듣는 로스트아크 곡들은 색다르고 매력적이었다

다른 악기 없이 피아노와 기타만으로 이렇게나 꽉 찬 풍성한 선율을 들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게임 속에서 늘 듣던 익숙한 BGM들이 공연장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빈약한 표현력이 아쉬울 정도로 정말 좋았다. 

기자는 내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기억의 오르골은 열어두기만 하고 플레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몽중화를 듣자마자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 보고 갈 걸"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후 콘서트를 관람하려는 모험가가 있다면 반드시 기억의 오르골 콘텐츠를 완료하고 가길 추천한다.

피아노 연주곡 중에서는 종말의 시, 기타 연주곡 중에서는 늑대의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종말의 시는 4-3 진입 시 "모두... 죽지 마라"라는 카단의 대사가 환청처럼 들릴 정도로 깊게 몰입해 감상했다. 로웬 대륙 스토리를 가장 좋아하고, 공성전은 개발 취소됐지만 스타르가드는 실존한다 믿고 있는 뮨으로서 늑대의 노래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들었다.

원래 80분 예정이었기에 인터미션이 없었지만 앵콜을 꽉꽉 눌러 담은 덕에 실제 공연 시간은 130분 정도였다. 긴 시간인데도 다들 한 명의 모험가로서 떠난 아크라시아 여정에 피로감을 잊은 듯 했다. 앵콜 마지막 곡이었던 저니스 엔드를 마지막으로 '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 부산'도 막을 내렸다.

- 인기가 많아 줄을 서고 촬영했던 포토존

만족스러운 공연은 물론이고, 하나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험가들의 공연 관람 매너였다. 보통 공연 시작 전 안내를 해도 반딧불이나 찰칵이 등 관람을 방해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운드 오브 로스트아크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끝까지 기분 좋게 관람할 수 있었다.  

행복한 꿈에서 깬 듯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소향씨어터를 나섰다. 그야말로 로스트아크 팬들을 위한 선물같은 공연이었다. 왕복 교통비만 10만원 넘게 깨지고 잠이 부족한 상태로 출근했지만, 한 번 더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로스트아크 OST를 뒤적거리고, 커뮤니티에 콘서트 관람 후기를 찾아보며 한동안 공연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기자 역시 늘 방구석 Y석에서 관람하던 유저였는데,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니 전혀 느낌이 달랐다. 로스트아크 유저라면 장담컨데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다. 꼭 한 번쯤은 공연을 직접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 공연 안 보면 로생 절반 손해 본 것, 이거 진짜임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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