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목숨 왔다갔다 하는데"…외래·수술 휴진에 불안 가중

안정훈 2024. 4. 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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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세브란스병원 등 하루 휴진…분당서울대병원 외래진료 30%↓
휴진 진료과 접수창구 텅 비어…연락 못받고 병원 찾았다 당황하기도
텅 빈 진료실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암병원의 진료실이 비어있다. 2024.4.30 away777@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갑자기 진료를 안 하면 어떡하지 싶고 늘 불안해요. 환자들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인데…."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빅5'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수술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한 30일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 강모(57)씨는 "휴진 안내는 못 받아 일단 예약 잡힌 일정대로 왔다"면서 불안함을 숨기지 못했다.

출산을 앞두고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원지영(38)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씨는 "저는 쌍둥이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꼭 선생님을 통해 출산해야 하는데 그만두실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료가 밀리거나 중단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기는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의 심장 수술 후 예후를 살피기 위해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를 찾은 이모(53)씨는 "내달 3일에도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휴진하면 어쩌나 하며 걱정이 든다"며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딸의 둘째 출산을 위해 서울대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조모(52)씨는 "딸이 분만을 앞두고 있어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우리 딸은 입원해 있지만 혹여나 진료가 미뤄지는 다른 환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병원에 식도암으로 입원해 진료받고 있다는 박모(55)씨는 "교수들이 잔뜩 피곤하고 초췌한 얼굴로 진료하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면서도 "혹시 우리 교수님도 나오지 않으시는 건 아닌지 환자들도 많이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간이식 수술 뒤 경과를 확인하려 경기 평택시에서 올라온 고모(57)씨도 "오전 8시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오늘 진료가 취소되는 건 아닌지 접수 전까지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놨다.

의정갈등의 출구는 어디에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의료공백 장기화로 한계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번 주부터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다섯 곳에 소속된 교수들이 일제히 주 1회 휴진한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화요일인 이달 30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금요일인 내달 3일에 각각 휴진한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 붙은 교수협의회 입장문을 바라보는 환자. 2024.4.29 dwise@yna.co.kr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 일부 교수들이 외래 진료를 중단한 분당서울대병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 접수창구 앞에 수십 명이 앉을 수 있게 설치돼 있는 의자는 텅 빈 채 썰렁했다.

평소라면 접수를 기다리는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겠지만 이날은 외래 진료 휴진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없어 조용했다.

인근 이비인후과 외래 진료실 앞 무인 접수 기계 앞에는 '외래 휴진', '검사 있으신 분은 해당 검사실로 가서 접수하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속 교수 508명 가운데 절반 이하의 교수가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진료과의 외래 휴진으로 이날 외래 진료 인원이 예정된 7천여명에서 30%가량 줄어든 4천9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휴진 인원을 확인 중"이라며 "평소보다 많은 교수가 전면 휴진에 나선 것으로 보이나 절반 이상의 인원이 여전히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가정의학과를 비롯한 일부 과가 하루 휴진에 들어간 경상국립대병원도 평소와 비교해 대기실 인원이 줄었다.

진료를 위해 대기 중이던 30대 정모 씨는 "따로 연락받은 게 없어서 오늘이 일부 과 휴진인지도 몰랐는데 오늘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매우 불편할 것 같다"며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돼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접수창구의 한 직원은 "정확하게 어떤 과에서 휴진하는지 따로 공지하지 않아 알 수 없다"며 "다만 평소와 비교해 환자 발길이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휴진에 나선 의료진은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의 무사 복귀와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을 위해선 휴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세브란스병원에서 피케팅에 나선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전공의와 학생이 무사히 복귀하는 게 목표"라며 "정부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전공의와 학생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케팅하는 연세대 의료진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4.4.30 2yulrip@yna.co.kr

(이우성 박정헌 김솔 안정훈 이율립 최원정)

hu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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