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X끼들이…"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심각

장영준 기자 2024. 4. 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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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63.2% 갑질 또는 괴롭힘 행위 경험
5월 1일부터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허점 존재
해당 기사과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파견 복무라는 불안한 신분을 악용한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사회복지시설 센터장의 갑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만큼 병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2일부터 26일까지 사회복무요원 57명에 대해 '괴롭힘 및 2차 가해' '복무기관장 갑질' '연가·병가 갑질' '재지정 갑질' '지도관 갑질' 등 5대 갑질 피해 경험 설문조사 및 제보 접수를 실시한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설문 참여자 57명 중 36명(63.2%)이 복무기간 동안 갑질 또는 괴롭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36명 중 괴롭힘 및 2차 가해가 31건(86.1%)으로 가장 많았고, 연가·병가 갑질 15건(41.7%), 복무기관장 갑질 11건(30.6%) 순이었다. 복무지도관 갑질도 9건(25%)이나 됐다.

지난해부터 시청 산하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박지훈(가명)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씨는 복무기관 담당자와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난입한 센터장으로부터 "야이씨, 니들 그따구로 할 거면 그냥 나가! 니들 다 필요 없어. 그냥 앞으로 니들 안 받을 테니까 나가고 들어오지마. 확 XX X여버릴 수도 없고" 등의 심각한 폭언을 들었다. 이후 박씨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센터장의 폭언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같은해 센터장은 "내가 허용을 안 해주면 너희들은 옮길 수가 없어. 백날 병무청에 찔러봐. 많이 찔러. 난 잘못한 게 없으니까"라며 자신이 복무기관 재지정(변경)에 대한 권한이 있음을 이용해 협박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업무상 실수를 한 박씨가 사과하며 욕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니가 지금 계속 그러잖아. 나 눈에 거슬리게" "니가 싫으면 딴 데 가버려 X끼야. 이 X끼가" 등 폭언을 반복했다.

박씨에 대한 센터장의 괴롭힘은 폭언에만 그치지 않았다. 센터장은 임의로 '업무지시 사항 서류'를 만들어 서명을 강요하고, 서명을 하지 않으면 복무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압박을 줬다. 그 서류에는 연·병가는 하루에 한 명만 사용하고,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연·병가 사용을 자제하라는 등 연차 사용에 대한 제한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센터 휴무일에 강제로 연가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면서 연가 사용을 통제하고, 자신의 기분이 나쁘면 생활실 안에서 서 있으라는 등 얼차려를 시키거나 다른 사회복무요원과 이간질을 시키기도 했다. 박씨는 결국 "이 지옥같은 근무지에서 남은 복무기간인 1년 이상을 버틸 자신이 없어 신고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사회복무요원이 괴롭힘을 당하면 복무기관의 장에게 고충처리를 요청하거나, 사회복무요원을 관리하는 복무지도관에게 중재 또는 해결을 요청하는 등 법적인 구제 수단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1일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병역법이 개정돼 오는 5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제 ‘복무기관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피해사회복무요원은 복무기관의 장 또는 지방병무청장에게 신고할 수 있다. 또 복무기관의 장은 피해사회복무요원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의 변경, 휴가 명령 등 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복무기관의 장이 괴롭힘을 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2차 가해를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여전히 복무기관의 장이 대부분의 권한을 갖고 있어 이전과 마찬가지로 2차 가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복무기관 재지정 사유로 괴롭힘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무요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사회복무갑질119 위원장 민현기 노무사는 "직장인과 달리 자유롭게 퇴사할 수 없는 사회복무요원의 특수성을 고려해 괴롭힘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적극적 분리조치의 하나로 복무기관 재지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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