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놀이” vs “동물학대”… ‘소싸움’ 무형문화재 지정 찬반 충돌

박천학 기자 2024. 4. 30. 11: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성된 경북 청도군 상설 소싸움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소싸움경기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소싸움'(사진)의 국가무형유산(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가치 조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소싸움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가치 조사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대립으로 문화재청은 올해 소싸움에 대한 국가무형유산 지정 가치를 조사하려다 보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도 소싸움경기장 지역명소로
협회, 국가유산 가치조사 건의
“전통민속문화 명맥 유지해야”
지자체 11곳, 동물학대논란에
‘소힘겨루기대회’로 명칭 변경
최대10만원 베팅 ‘사행성 논란’

청도=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성된 경북 청도군 상설 소싸움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소싸움경기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소싸움’(사진)의 국가무형유산(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가치 조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싸움 관련 단체는 전통문화 계승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동물 학대로 소싸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 입구 매표소에는 우권(牛券)을 사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경기장 안에는 지름 30m 모래판 위에서 싸움소들이 뿔을 부딪치며 격돌했고 입장한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청도공영사업공사가 운영하는 이 경기장은 1만2254석 규모로 2011년 개장했다. 매주 토·일요일 각각 12경기가 치러지며 경기당 100원에서 최대 10만 원까지 우권을 구입해 베팅할 수 있다.

관람객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3만8955명에 불과했으나 2022년 16만5012명, 지난해 29만6128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1일까지 12만5963명이 경기를 즐겼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가족 단위로 소싸움을 즐기려는 인구가 상당수로,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소싸움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가치 조사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모(55·경남 창원시) 씨는 “직접 관람하면 묘미가 있고 학대를 우려할 정도도 아니며 간단하게 베팅하면서 즐겨 사행성 조장도 기우”라며 “전통 민속놀이 계승과 볼거리 측면에서 소싸움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호기심에 어린 자녀와 함께 처음 왔다는 대구 중구 30대 부부는 “소들이 뿔을 부딪치며 싸우는 자체가 잔인해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것”이라며 “동물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보존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소싸움을 축제 형식으로 매년 또는 격년으로 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동물 학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소힘겨루기대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들 지자체는 대구 달성군과 경남 창녕·의령군 등 전국 11곳이다.

소싸움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가치 조사는 지난해 9월 사단법인 대한민속소 힘겨루기협회가 건의한 게 발단이 됐다. 협회 관계자는 “소싸움은 삼한시대부터 내려온 전통민속놀이”라며 “갈수록 싸움소를 키우는 사람이 줄어드는 등 전통문화 명맥이 위기를 맞고 있어 국가무형유산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소싸움에서 역사적 가치는 찾을 수 없다”며 “동물의 본성에 반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학대행위이자 도박에 불과해 소싸움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대립으로 문화재청은 올해 소싸움에 대한 국가무형유산 지정 가치를 조사하려다 보류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초 학술조사를 통해 소싸움 전승 주체, 사행성, 동물 학대 등을 자세히 검토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정 조사 추진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