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고 ‘영남 자민련’[뉴스와 시각]

민병기 기자 2024. 4. 30. 11: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존재했던 자유민주연합은 1987년 이후 가장 영향력이 컸던 제3정당이다.

총선에서 108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을 두고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관계자는 "영남 자민련은 비(非)영남, 특히 수도권에서 확 쪼그라든 의석수, 그에 비례해 갈수록 줄어드는 수도권 경쟁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병기 정치부 차장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존재했던 자유민주연합은 1987년 이후 가장 영향력이 컸던 제3정당이다. 김종필 총재와 자민련은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서 떨어져 나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충남권의 맹주임을 증명했다. 이어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민련은 전국에서 50명의 당선자를 내며 확고한 3당(제2 야당)의 지위를 굳혔다. 1997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DJP연합’으로 공동 여당이 됐다. 하지만 2000년 제16대 총선부터 내리막길이었다. 총 17석을 얻으며 단독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실패했다. 4년 뒤 탄핵 역풍 속 치러진 제17대 총선, 자민련은 충청 지역에서 4석을 얻는 데 그쳤고, 2년여 뒤 소멸했다. 자민련은 특정 지역에 기반한 정당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안정적인 지역 기반은 정당의 체급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전국 정당화에 실패하고 정권 창출과 원내 영향력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그 지역에서도 외면받는다.

총선에서 108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을 두고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관계자는 “영남 자민련은 비(非)영남, 특히 수도권에서 확 쪼그라든 의석수, 그에 비례해 갈수록 줄어드는 수도권 경쟁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을 기반으로 양당의 ‘틈새’를 노린 자민련과 대한민국 정치 주류‘였던’ 국민의힘은 ‘기본 체급’이 달라, 자민련 역사를 국민의힘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갈라치기 하지 말라’거나 ‘우리를 지켜준 분들을 향한 멸칭’이라는 반박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6·25전쟁 때 경북 칠곡 다부동전투 등 ‘낙동강 저지선’에서 버티며 대한민국을 지켜낸 것에 빗대, 영남이 다시 ‘개헌·탄핵 저지선을 지켜냈다’는 평가와 함께다.

총선 참패 20일, 국민의힘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규와 ‘단결해서 차분하게 위기를 극복하자’는 점잖은 주장이 공존한다. 주로 절규하는 이들, 수도권이나 험지에서 패배한 이들이 ‘영남 자민련’을 외치고, 그건 ‘틀린 표현’이라고 애써 정정하는 이들은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는 의원 혹은 당선자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정권발 악재가 터졌을 때 영남에서는 ‘어떻게 해’라며 같이 걱정해 준다. 우린 그날 오후 바로 냉랭한 눈빛, 뿌리치는 손을 수백 번 접한다.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민심의 온도 차이”라고 토로했다. 더 심각한 것은, 두 차례 참패를 겪으며 이젠 바닥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4년을 더 꼬라박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다부동전투가 의미 있는 것은, 이를 계기로 전세를 뒤집어 대한민국 영토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영남의 국민의힘에 대한 압도적 지지 역시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때 의미가 있다. ‘영남 자민련’은 영남 유권자에 대한 멸칭이 아니다. 영남의 압도적 지지에 기대기만 하려는 보수 정당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자 여전히 차분하기만 한 국민의힘에 대한 ‘경고’다. 두 번 총선 참패 뒤에도 확 변하지 못한 자민련은 결국, 문을 닫았다.

민병기 정치부 차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