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멍·물멍’ 힐링 아산, 동서양 매력 한곳에

2024. 4. 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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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튤립정원 피나클랜드...상쾌한 영인산 짚라인
500년 우리풍속 외암민속마을·신전 닮은 지중해마을
100% 천연온천수 스파비스·스파포레 텐트 캠핑 ‘운치’
선사 유적·충무공 ‘인문학 보고’ 역사 기행 재미 쏠쏠
피나클랜드 내 카페 레이크

현충사, 외암마을, 삽교천 방조제가 떠오르는 아산은 알고 보면 두루두루 더 많은 것을 가진 곳이다.

네덜란드·튀르키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대형 튤립 정원 피나클랜드가 있고, 그리스 산토리니와 에게해 일대 신전을 닮은 지중해마을과 500년 우리 풍속을 잘 지켜나가는 외암민속마을이 대척점에 있는 동·서양 매력을 모두 발산한다.

온양·도고·아산온천, ‘중부권의 캐리비안 베이’로 불리는 아산 스파비스 같은 ‘건강·웰니스 여행지’에다, 군덕리 선사유적·갈매리 고대유적도 있고, 아름다운 공세리성당 앞 논두렁 전봇대길의 노을 풍경 조차 기가 막힌 곳이 아산이다.

최근 아산시 관광진흥과가 5~10개 스팟을 묶어 여행루트를 만들었다. 이런 테마·코스·권역·루트가 무려 20개 정도 되니 아산 여행할 곳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선사시대 이후 수만 년 문명을 일구고, 최영·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스며든 이 매력덩어리 고을을 어금니(牙·아) 처럼 생긴 영인산(山) 꼭대기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이 흐뭇하게 내려다본다.

탕정 지중해마을

튤립으로 물든 피나클랜드

4월 하순 들어 영인면 월선길 입안산 북동 방향 7부능선 아래 산 전체가 튤립으로 물들었다. 튀르키예·네덜란드 사람둘이 울고 갈 피나클랜드 정원이다. 이곳 스태프들은 튤립을 중심으로, 라일락, 수선화, 철쭉, 자작나무 등을 포함해 ‘억만 송이 봄꽃 대향연’이라 부른다.

가든 입구로 들어서면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좌우에 근위병인 양 도열하고, 그 아래에는 튤립들이 화동처럼 나서서 여행객을 반긴다. 매표소를 지나자 꽃사슴들이 울타리 너머 사람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이어 동편 암석정원, 그늘정원, 수풀누리, 둘레길 등 온사방에 분홍·주홍·보라·노랑 튤립이 빼곡하다. 자작나무길에서는 튤립과 수선화가 흰 피부의 자작나무와 조화를 이룬다. 이곳은 무장애 여행지로 설계돼 장애인도 쉽게 ‘꽃 여행’을 할 수 있다.

카페 레이크 구역에 이르면 호수 주변으로 수십만 튤립이 관중처럼 카페에서 쉬는 사람을 구경한다. 이곳에서는 사람은 ‘꽃멍·물멍 힐링’을 즐기고, 튤립은 자신을 좋아하는 상춘객의 표정을 즐기는 듯 하다. 여의도 공원에 육박하는 크기의 이 정원은 봄엔 튤립, 여름엔 장미와 수국, 가을엔 국화가 장식한다. 고진감래길, 미니정원길, 숲속길, 바람의 언덕, 알파카 미니농장, 과일정원에서도 지금은 튤립이 대세이다.

피나클랜드는 농업회사법인으로 식물원의 재배, 연구 기능과 공원, 전시, 놀이 기능을 모두 수행하면서 꽃과 나무가 주는 힐링과 치유를 제공하고 있다. 산양과 비단잉어 먹이주기 체험도 한다.

근처엔 푸바오가 화단을 지키고 짚라인을 즐기는 영인산자연휴양림, ‘충청의 캐리비안 베이’ 아산온천 스파비스·스파포레, 공세리성당과 ‘노을 맛집’인 논두렁 전봇대길이 있다.

병인박해의 중심지인 공세리성당은 약제에 능한 프랑스 신부의 가르침으로 전파된, 1970~1980년대 ‘만병통치 외상약’이명래고약의 탄생과 관련이 있다. 운치있는 건물과 둘레길, 꽃으로 물든 풍경이 아름다운 덧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미남이시네요’ 등 숱한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지금도 서울, 대전, 대구 등 곳곳에서 ‘인생샷’을 건지러온 MZ세대와 성지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외암민속마을

맹사성·이순신...‘인문학 보고’

삽교천 방조제 옆 선장면 군덕리의 선사유적, 배방읍 갈매리 고대유적, 고려 말~조선 초를 대표하는 청백리인 최영과 맹사성의 유적, 충무공 이순신이 걸었던 백의종군길, 외암마을,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의병 활동 자취, 해방 후 윤보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산에는 역사인문학 여행을 할 곳도 많다.

군덕리 유적은 청동기시대 민무늬토기가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갈매리 유적에서는 원삼국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광대한 집터, 공방터, 옥, 철기 등이 확인돼 일찍이 문명을 일궜던 곳임을 알 수 있다.

배방읍에는 고려시대 충신 최영과 그의 손녀사위인 맹사성과 관련된 역사 기행의 재미가 쏠쏠하다. 아산은 외암민속마을·온양향교·배방산성과 가까워 일찍이 역사문화가 빛난 고을임을 알 수 있다. 최영의 어록으로 알려진 ‘견금여석(見金如石·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은 사실 그의 부친인 최원직이 남긴 유훈이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당시 고려 말, 아들 최영이 청렴하고 강직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당부한 내용이다.

고령에도 장거리 원정에서 승승장구하던 장군 최영은 배방읍에 있던 자신의 집을 손녀사위 맹사성에게 물려주기도 했다. 고려 우왕 때 문하시중까지 올랐던 그는 위화도 회군을 일으켰던 이성계를 중심으로 한 세력에 의해 희생당한다.

세종대왕을 성군으로 보필한 좌의정 맹사성은 ‘검은 소를 타고 다니며 피리를 부는 재상’으로 묘사돼 있다. 그는 요즘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널리 쓰는 ‘~했당’ 대화체의 원조이기도 하다.

과거를 보러 가는 청년과 소탈하게 주고받았던 묻고 답하기 식의 대화 놀이가 바로 ‘공당문답’이다. 처음 본 주막의 동료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 리듬감 있는 자음 ‘ㅇ’을 사용해본 것이다. 이는 틀에 박힌 권위·문법·고정관념을 깬 ‘군자불기(君子不器·군자는 기물이 아니다)’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때로는 명랑한 정담을, 때로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누며 걷기에 좋은 봉곡사 천년의 숲길도 최영과 맹사성의 집이었던 ‘아산맹씨행단’과 그리 멀지 않다.

아산온천 스파비스

곳곳에 널려 있는 ‘핫플레이스’

아산을 곡교천 동편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둘러보면, 남동쪽에 ▷지중해마을 ▷아산갤러리 ▷아산맹씨행단 ▷당림미술관 ▷외암마을이, 남서쪽에는 ▷봉곡사 천년의 숲길 ▷도고온천 ▷신창향교 ▷세계 꽃식물원 ▷아산레일바이크가 이어진다.

북서쪽엔에는 ▷영인산 ▷피나클랜드 ▷공세리성당 ▷전봇대길 ▷아산온천 스파비스가, 북동쪽엔 ▷충무공묘 ▷윤보선 대통령 생가 ▷꾀꼴성마을 ▷꽃 가꾸는 대통령마을 ▷설화산에서 발원한 온천수의 북동쪽 물길 탕정(둘레길) 등이 있다.

중심부에 ▷이제는 ‘국민 놀이터’가 된 현충사 ▷곡교천 은행나무길 ▷온양온천시장 ▷생태곤충원 ▷그린타워전망대 ▷장영실과학관 ▷신정호관광지 등이 포진한 아산은 무수히 많은 여행자원들을 품었다.

아산온천 스파비스는 100% 천연온천수만 사용하고 5000명을 동시수용한다. 5~9월 주말과 연휴 밤엔 별빛 스파를 운영하고,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페이스페이팅, 풍선, 보물찾기 등 이벤트를 벌인다. 6~9월 주말·연휴와 극성수기 매일 운영하는 파도풀과 슬라이드는 최대 1500명을 수용한다고 한다.

스파포레는 이 온천리조트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텔형 텐트 캠핑장으로, 이곳에서는 우정, 낭만, 그리고 모닥불 속 사랑이 꽃핀다. 안전한 그릴, 장작세트, 바비큐세트가 준비돼 있다.

해질녘 영인저수지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미술관형 카페 아레피, 신정호 관광지의 뷰맛집 카페 브라운, 최영·맹사성의 자취와 멀지 않은 배방읍 카페 페이드 등 휴식 공간에는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있다. 멋진 풍경에 배부른 줄 모르고 먹게 되는, ‘무한리필’을 자랑하는 신정호 인근 샤브샤브 가게 등 음식점 인심도 넉넉하다.

계획 없이 떠나도 어디든 조금만 움직이면, 길 위의 인문학, 볼거리, 놀거리, 교훈 있는 스토리가 넘치는 곳이 바로 아산이다.

아산=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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