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개입했나…유재은 고강도 조사·김계환 소환 초읽기

이혜영 기자 2024. 4. 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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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유 법무관리관 재소환…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또 다른 키맨인 김 사령관 출석 일정 조율…수사 속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4월26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키맨'을 정조준 하고 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두 차례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인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며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소환 초읽기에 들어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유 관리관을 재소환했다. 유 관리관은 전날 오전 9시40분께 공수처에 출석해 오후 9시께까지 조사를 받은 뒤 조서 열람을 거쳐 약 12시40분 만인 오후 10시20분께 귀가했다.

조사를 받고 나온 유 관리관은 "수사기관에 충분히 설명드렸다", "성실히 답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로 무슨 대화를 나눴나', '대통령실 지시가 있었나' 등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벌인 것은 사실상 유 관리관이 처음이다. 강제수사 이후 석 달 넘게 포렌식과 자료, 통화내역 분석을 진행해 온 공수처는 지난 26일 유 관리관을 불러 14시간 가량 조사를 한 후 사흘 만에 다시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회수하는 과정을 주도하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당 사건 혐의자를 기존 8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수사보고서 회수 당일 이시원 비서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수사자료 회수를 진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공수처는 수사 기록 제출과 회수가 이뤄진 당일 대통령실 인사들이 경찰과 유 관리관 등을 포함한 국방부 측과 여러 차례 연락한 내역에 주목하고 있다. 

유 관리관은 이번 공수처 조사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박 전 단장과 5차례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유 관리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포함한 대상자들에 적용된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기재해 경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대통령실을 포함해 국방부 차원의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 관리관과 마찬가지로 의혹 중심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실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 자료를 회수한 것은 박 전 단장의 항명 사건 관련 증거 확보 차원이었다는 게 이 전 장관 입장이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에 대한 2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를 고발장 접수 이후 8개월 만에 소환 조사하면서 속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7일 이 전 장관을 한 차례 조사했지만, 이는 주호주대사 임명에 따라 출국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4시간가량 약식조사만 진행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월15일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창설 75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채상병 사건 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등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공수처의 수사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수처는 윗선의 외압을 박 전 단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계환 사령관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박 전 단장은 군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사령관은 윤 대통령 격노 주장과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또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도 이르면 이번 주 소환하고 이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 전 장관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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