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가 내 첫 스승”…70년만에 성사된 남매의 2인전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4. 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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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천이 감싼 거대한 바나나, 감자, 감 조각이 놓였다.

동생은 감을 조각했고, 누이는 감을 파는 여인을 그렸다.

개막일에 만난 윤석남은 "남매가 함께 하는 전시는 처음이다. 굉장히 영광이다"라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도 꽃무늬 천을 씌우고, 기후 위기 등의 문제의식으로 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거대하게 만든 과일 조각에도 천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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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윤석남·윤석구 2인전
일상을 조각·드로잉으로 표현
윤석남 ‘감 사세요’ [학고재]
꽃무늬 천이 감싼 거대한 바나나, 감자, 감 조각이 놓였다. 그 뒤 벽에는 일기처럼 담담하게 일상을 그린 드로잉이 빼곡하다. 동생은 감을 조각했고, 누이는 감을 파는 여인을 그렸다. 동생을 온화하게 내려다보는 누이의 미소 같은 그림이다.

윤석남(85)과 윤석구 작가(77)는 여덟살 터울 남매다. 윤석남은 해방 전 혼돈의 시대에, 만주에서 태어나 온갖 역경을 극복하며 아시아의 대표적 여성 미술가가 됐다. 윤석구는 속박된 일상 사물의 구휼(救恤)을 미술을 통해 펼치고 있다. 두 작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진혼가(鎭魂歌)가 흐른다.

7남매 중 둘만 미술작가가 됐다는 우애 좋은 남매가 처음으로 2인전을 연다. ‘뉴 라이프(A New Life)’ 전시로 4월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린다. 개막일에 만난 윤석남은 “남매가 함께 하는 전시는 처음이다. 굉장히 영광이다”라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윤석구는 “누이가 학교 미술반 활동을 하며 선물해준 화집을 보며 자랐다. 내 첫 스승이었을거다. 큰 영향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붓을 처음 잡은 때로부터는 70여년만에 만들어진 뜻깊은 전시다.

2000년대 초반 윤석구는 버려진 나무를 작업실에 가져와 가장 화려한 천(옷감)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동시대 문명을 상징하는 화려한 천으로 죽은 사물의 혼을 달래는 것. 이번 전시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도 꽃무늬 천을 씌우고, 기후 위기 등의 문제의식으로 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거대하게 만든 과일 조각에도 천을 입혔다. 자신의 기존 조각에 천을 입힌 건 일종의 ‘레디메이드’다. 윤석구는 “‘뉴 라이프’는 새 삶과 새 생명이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버려진 나무를 주워다 천을 감싸서 새 생명을 입혔다. 버려진 자전거, 탁자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윤석남의 드로잉은 작업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준 소중한 작업이었다. 윤석남은 “2000년대 초반 아이디어가 고갈했을 때 드로잉을 시작했다. 순간의 생각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업이었고 낙서처럼 하루에 10장, 20장도 그렸는데 가슴에 응어리진 걸 풀어주더라. 요즘은 드로잉을 오래동안 못했는데 다시 2년 정도는 드로잉만 그려볼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어머니와 가족을 향한 글귀, 작가가 매일 읽는다는 시집에서 가져온 문구 등을 자유롭게 적어 넣은 100여점의 드로잉을 보고 있노라면 노작가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중에도 그네를 타는 자화상이 꽤 많다. 윤석남은 “항상 지상으로부터 20㎝ 떠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작가라면 현실에 발붙이고 있어도 안되고 중간 쯤 떠 있어야한다. 이 그림에는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담겨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윤석구 ‘A New Life (과일들)’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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