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없이 철인 3종경기 완주… 강인한 의지와 투지에 감명[칭찬합니다]

2024. 4. 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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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합니다 - 외사촌 동생 김대영
양팔 없이도 철인 3종 경기와 마라톤 완주를 해내는 내 동생 김대영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당연히 주최 측에서 별도의 배려가 있을 줄 알았다. 그게 공정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양팔이 없는데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발로만 헤엄쳐서 건너가리라고는 상상이 안 되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발로만 힘차게 물살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인어가 헤엄치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뭍으로 올라와서는 이내 손잡이도 없이 발로만 움직이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려나가는 것 아닌가? 어릴 적에 이웃해 살면서 서로 집을 오가며 함께 뛰놀던 외사촌 동생 김대영의 이야기다.

전봇대를 오르내리며 전기 공사를 하던 중 불행히도 전기에 감전이 되어 양팔을 모두 잘라내야 했다. 사고 직후 처음 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잘하면 괜찮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상기된 모습으로 ‘괜찮다’고만 하길래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팔을 자르지 않으면 금세 썩어들어갈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들어야 했다. 하루아침에 양팔이 없이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때는 통증이 너무 심하니까 마약 성분의 진통제로 정신이 혼미해 있었던 모양이다. 본인의 팔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몸으로 일가친척의 경조사 때마다 직접, 그나마 온전한 발을 움직여 나타났다. 어떤 때는 본인이 직접 운전까지 하고 왔는데 팔에 의수가 아닌 갈고리를 차고 운전을 했던 것이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길래 ‘사고가 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운전까지 할까?’하고 신기해했다. 그것이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도 얼마 뒤에 알게 되었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실망과 좌절에 빠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선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여 당당히 완주를 하더니 이내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상상이 안 되어 그저 다양한 배려를 받으며 힘든 인생을 극복하는 줄만 알았다. 나도 마라톤을 수도 없이 했지만 빠르게 달리지는 못한다. 한번은 서울 시내를 달리는 마라톤대회에서 직접 만났는데 잠시 사진을 같이 찍고 파이팅을 외치는 사이 이미 저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나보다 훨씬 빨리 골인했다. 그런 모습을 보았는데도 철인 3종 경기만큼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기 전만 해도 말이다. 날렵하게 헤엄치는 모습은 두 팔을 가지고도 수영장 편도 25m조차 제대로 못 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두 팔도 없이 두 발로만 인어처럼 1.5㎞를 헤엄쳐 건너고 있는 것이다. 와∼ 정말 대단했다.

어려서부터 강인한 체력과 남다른 용기를 보여주더니 아무리 힘든 상황이 되어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최정상에 올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에 저절로 경외심이 생긴다. 물론 곁에 두 손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주는 아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에도 강인한 의지와 투지를 보여주는 외사촌 동생 김대영이 오히려 내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그를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한 철인 3종 경기의 특급전사로 치켜세운다. 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이 겪어야 할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한순간에 날려 보내고 떳떳하게 정상인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철인 3종 경기만 65회, 풀코스 마라톤을 8회 완주했다고 자랑한다. 환갑을 훌쩍 넘어 벌써 60대 중반인데 말이다. 이제 그를 내가 만천하에 칭찬하며, 많은 사람에게 좌절을 극복하는 용기의 표본으로 치켜세우고 싶다. 야∼ 대영아! 너 정말 이름처럼 대단하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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