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이 브로드웨이를 가득 채웠다…‘개츠비’ 성공적 데뷔

서정민 기자 2024. 4.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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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대표 제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개막 현장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장면. 매튜 머피·에반 지머맨 제공

“이토록 환상적인 팀의 일원이 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 작품의 영감의 원천인 (F. 스콧) 피츠제럴드에게도 존경을 표합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영어로 말했다. 그러고는 한국말로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프닝 나이트 공연 커튼콜에서다. 15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제시 아이젠버그, 리브 카니 등 동료 배우들과 공연계 관계자들이 정식 공연 첫 관객이 됐다.

이 뮤지컬의 리드(총괄) 프로듀서인 신 대표는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로 불린다. 국내에서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을 성공시키면서도 브로드웨이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공동 리드 프로듀서로 ‘홀러 이프 야 히어 미’(2014), ‘닥터 지바고’(2015)를 잇따라 브로드웨이에 올렸지만, 저조한 흥행 성적으로 금세 내려야 했다. 이번에는 혼자서 제작, 투자, 마케팅 등을 오롯이 책임지는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나섰다. 그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서 좋았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겁고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프닝 나이트 공연 커튼콜에 오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운데). 오디컴퍼니 제공

신 대표는 이전 실패를 자양분 삼아 4년 전부터 이번 도전을 준비해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1925)가 작가 사후 80년이 지난 2021년 1월1일 저작권이 풀리는 시점을 겨냥해 뮤지컬화를 추진했다. 현지 제작진과 배우를 모으고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달간 미국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펼친 트라이아웃(시범)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지난달 브로드웨이에서 두번째로 큰 극장인 브로드웨이 시어터에 진출해 한달간 프리뷰(사전) 공연을 한 뒤, 마침내 이날 정식 공연 막을 올린 것이다.

뮤지컬은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준다. 엄청난 부호 개츠비가 대저택에서 벌이는 파티 장면은 1920년대 재즈 황금기를 상징하는 관악기 중심의 풍성한 음악과 황홀한 군무로 관객들을 홀린다. 연출가 마크 브루니는 26일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에서 뮤지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더없이 웅장하고 화려한 파티 장면을 만들었다. 그게 우리 작품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사치스러운 화려함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장면. 매튜 머피·에반 지머맨 제공

개츠비가 연일 파티를 여는 이유는 옛 연인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사랑을 되찾고자 밑바닥부터 올라온 개츠비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데이지의 만남은 끝내 비극으로 치닫고 만다. 제작진은 화려한 파티로 상징되는 행복과 희망을 정점까지 끌어올린 뒤 비극적 사건으로 급강하시킨다. 개츠비 역의 제러미 조던과 데이지 역의 에바 노블자다는 노래에 깊은 감정을 실어 관객들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하울랜드는 “조던은 내가 만난 가장 노래 잘하는 배우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현지 관객 반응은 청신호를 켠다. 24일 프리뷰 공연 객석에선 웃음과 박수·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한 관객은 “잘 아는 이야기를 화려한 쇼 뮤지컬로 즐길 수 있어 색다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언론의 평가는 “빅 브로드웨이의 귀환”(시카고 트리뷴) 등 대체로 호의적인 가운데 원작의 깊이가 반감돼 아쉽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 대표는 “화려한 파티 속의 비극, 씁쓸한 아이러니는 끝내 이루지 못하는 아메리칸 드림과도 맞닿는다. 지금 이 시대 관객들도 그 지점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에서 열린 ‘위대한 개츠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왼쪽부터), 신춘수 리드 프로듀서, 연출가 마크 브루니.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도전이 원작 결말과 달리 해피엔딩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작품 흥행이 저조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내려버린다. 신 대표는 “갑상샘항진증을 앓는 등 몇번의 고비를 넘기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제가 성공하면 한국의 더 많은 창작자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저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국내 투어와 영국·오스트레일리아·아시아 공연도 추진 중이다. 국내 프로덕션 공연도 만들어 2년 안에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각오다.

뉴욕/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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