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밟히는 우리 기업…中서 쫓겨왔더니 韓내수마저 '중국 시장' 될 판

김명신 기자 2024. 4.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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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發 경제전쟁]⑤ 사드 직격탄에 韓기업 초토화
中 자국산업보호 정책 속 몸집 불린 C커머스 한국 공략

[편집자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가 주도하는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염가 공세에 소비자는 무방비로 노출됐고 소상공인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 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응은 물론 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C커머스의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 "돌연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규제 사유는 '소방법 위반'. 점포 운영은 중단시켰지만, 현지 직원들 급여는 지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현지 기업에 헐값으로 운영권을 넘겼다."(A 업체 관계자)

10조 원이 증발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혔던 '선양 롯데타운'은 끝내 헐값에 매각됐다. 8년 만이다. 3조 원을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중국 정부의 몽니에 결국 무산됐다.

신 회장은 올 초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사드(THAAD·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경제 보복에 대해 "한국 정부 요청으로 주한미군에 부지를 제공하자 중국이 반발해 철수했다"고 언급했다.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대가로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된 롯데그룹의 대가는 가혹했다. 롯데쇼핑의 2015년 연 매출은 29조 1277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사드 사태 후 2017년 18조 179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2년 만에 매출 9조 원이 증발했다.

영업이익은 더 초라했다. 2014년 1조 1884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 시대를 열었지만 2017년 5299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롯데마트 112개 점포는 영업을 중단했고 결국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중국 사업을 모두 정리하는 데만 약 10년이 걸렸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中 '경제 민족주의' 내건 자국 산업 보호로 韓 기업 '철퇴'

사드 배치 후 중국 정부가 내세운 것은 '경제 민족주의', '자국산업보호' 정책이다. 경제성장 모델을 수출 주도에서 내수경제 활성화로 전환하면서 자국 기업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노동법'과 '환경법' 등 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품 통관 지연과 불허 등 비관세장벽 강화, 노동과 환경·조세 등 한국 기업 법인에 대한 표적 수사, 불매운동 등으로 압박하고 자국 기업을 육성했다.

한국 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중국의 자국 배터리 산업 육성하기 위한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도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SK그룹 또한 시련을 겪었다. 최태원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기조 아래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합작법인 '베스크'를 설립했지만 사드 이후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돼 큰 피해를 보았다.

2016년 11월에는 SK종합화학이 중국 시노펙과 추진하려던 부탄다이올 합작 공작 사업도 결국 좌초됐다. 2021년 SK그룹 중국 지주사 SK차이나는 베이징 SK타워와 SK렌터카까지 매각했다.

롯데나 SK뿐만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등도 공장 폐쇄나 매각을 단행했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과 면세, 항공업계 등 전 산업군이 사드 악재로 폐업과 매각이 잇따랐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한 2017년 이후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가운데 매각하거나 청산한 법인은 46곳(매각 30곳·청산 16곳)에 이른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로 중국 내 점유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 중 수출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중국 수출액은 1248억 달러로 전년보다 19.9% 감소했다. 2018년(1621억 달러)과 비교하면 23.0% 줄어든 수치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사드 앙금은 여전하다. 중국은 이른바 '사드 3불'(不)을 한중 간 '합의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은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 속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와 D램 등 생산을 위해 중국에 70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한 상태다. 탈(脫)중국(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생산 거점 다변화 등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지만 여전히 중국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비호 의혹을 사고 있는 C커머스(알리·테무·쉬인)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제조, 물류, 금융 등 산업 전반에 대한 장악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국내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증가해 국가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특성상 자국산업보호 정책이나 경제 민족주의가 강하지만 우리는 사드 사태에 분명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강력한 제조력을 가진 기업들이 정부의 비호 아래 우리나라에 진출해 시장을 장악할 경우 중국 정부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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