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도 “14억 중국 시장 포기 못해”… 글로벌 車·IT기업들 베이징 찾아가 구애

정한국 기자 2024. 4. 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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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 속에서도 머스크 등 글로벌 거물들 줄지어 방문

지난 28일 글로벌 전기차 아이콘이자 미국 빅테크의 한 축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예고도 없이 중국에 나타났다. 머스크는 중국 2인자로 불리는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 테슬라가 개발했지만, 규제 탓에 중국엔 도입하지 못한 자율 주행 서비스 ‘FSD(완전 자율 주행)’ 출시 허가를 받으러 온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테슬라에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머스크와 리창 총리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리창 국무원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에 리 총리와 사진을 공유하며 “우리는 상하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썼다./AP 연합뉴스

머스크뿐만 아니다. 지난 25일 4년 만에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는 자동차 거물들이 대거 몰렸다. 미국 ‘빅 3′중 하나인 GM(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배라 회장,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올리버 블루메 회장, 고급차 선두 주자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과 BMW그룹의 올리버 집세 회장, 일본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CEO 등이 베이징으로 출동했다.

애플·엔비디아·인텔 같은 미국의 빅테크 CEO들도 “중국인과 중국을 사랑한다” “대중 수출 제재는 우리 손을 뒤로 묶는 것”이라며 중국을 향한 공개 구애와 중국 시장 맞춤형 제품 개발·판매에 나섰다.

미·중 갈등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선 인구 14억명에 달하는 중국 본토 내수 시장과 세계 곳곳의 중화권 수요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 사태 때 봉쇄 조치로 바닥을 찍은 중국 경제가 조금씩 반등하는 것도 중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공급 측면에선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일부 IT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술력이 높아진 것도 중국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과 협력해 한 단계 더 앞선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며 “기업들이 한쪽에선 공급망을 재배치하며 탈중국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적극적인 구애(求愛)를 하며 ‘줄타기 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더 짙어진 중국 현지화 전략

최근 자동차나 빅테크 업체들의 중국 공략 키워드는 철저한 ‘현지화’다. 중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차를 입맛에 맞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아예 개발 단계부터 중국 기업들과 제휴해 현지화 강도를 높이고 있다. 테슬라와 세계 1위를 다투는 BYD(비야디)를 낳을 만큼 중국 전기차 산업이 성숙한 데다 CATL로 대표되는 배터리 산업부터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의 SW(소프트웨어) 기술력까지 감안하면, 미래차 분야에선 중국 기업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대등한 존재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작년 세계 판매 2위 폴크스바겐그룹은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란 구호를 앞세웠다. 작년 BYD에 15년 만에 중국 내수 판매 1위를 내어준 뒤 절치부심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과 공동으로 중국 전용 전기차를 8종 개발 중이다. 이를 포함해 앞으로 3년간 중국에서만 전기차 20종 안팎을 출시한다.

그래픽=박상훈

일본 닛산도 폴크스바겐과 똑같은 구호를 앞세웠다. 중국 최대 포털 기업인 바이두와 함께 AI(인공지능), 스마트카를 개발한다. 세계 1위 도요타는 중국 텐센트와 AI·빅데이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BMW는 중국 장성자동차와 합작해 신형 미니(MINI) 일렉트릭을 중국에서만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판다. 벤츠가 BYD와 합작해 만든 브랜드 덴자의 고급 전기 세단 ‘Z9 GT’는 이번 모터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애플·엔비디아도 줄줄이 중국행

미국 빅테크들도 중국 공략에 애를 쓰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압박을 피하려 규제를 우회하면서까지 중국 기업들과 관계를 다지는 중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수출이 막힌 최고 성능의 반도체보다 사양이 낮은 반도체를 따로 만들어 중국 빅테크에 수출하는 방식을 도입 중이다. 세계 1위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경우 홍콩을 포함한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20% 안팎을 차지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중국 맞춤용 AI 반도체 A100, H100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분기 이보다 사양을 더 낮춘 H20을 내놓고 매출 하락을 막는 중이다. 조만간 L20과 L2라는 새로운 칩도 내놓을 계획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 1월 중국 선전, 상하이, 베이징을 잇달아 찾아 중국 전통 옷을 입고 춤까지 추며 호감을 표시했다. 인텔도 엔비디아처럼 최신 AI 반도체 ‘가우디3′의 성능을 일부 낮춘 중국용 제품을 올 6월과 9월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도 전체 매출의 약 27%가 중국에서 나온다.

애플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최근 더욱 적극적이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달 상하이, 베이징을 찾았다. 그가 중국 본토를 찾은 건 1년 새 이번이 세 번째다.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그는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중국인들과 이들의 문화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1월엔 정가판매 원칙을 깨고 중국에서만 아이폰을 최대 500위안 할인하는 이례적인 행사까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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