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컨설팅]신탁 활용한 증여 설계가 필요한 이유
자녀 증여 시 ‘부담부증여’ 활용
생활비 등 수증자 의무 명시해야
증여 후 재산 통제하려면 신탁 활용
A. 증여 후에도 증여자가 자유롭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면 많은 부모가 위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증여는 법적 계약이므로 유언과 달리 증여자 일방의 의사만으로 자유롭게 취소할 수 없고 사유가 있어야만 해제를 할 수 있다.
다만 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의 특수한 신분·친분 관계 등에 기초해 충분한 고려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증여자가 반대급부를 받지 않고 수증자에게 재산을 수여할 의무를 부여하기도 한다. 증여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구속력을 다른 계약과 동일하게 인정할 시 형평성에 어긋날 수도 있다. 이에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구속력에 제한을 가해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경우 해제 사유가 없어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증여가 해제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서면에 의한 증여의 경우 법정 또는 약정 해제 사유가 있어야만 해제가 가능하다.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경우 각 당사자, 즉 증여자와 수증자가 모두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서면에 의한 증여는 증여자만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정 해제 사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수증자의 망은 행위와 증여자의 재산 상태 변경이 있다. ‘수증자의 망은 행위’란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 직계혈족에 대해 범죄 행위가 있는 경우 혹은 증여자에 대해 부양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증여자의 재산 상태 변경’이란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증여 계약 체결 이후 크게 변경돼 만일 계약을 그대로 이행할 시 증여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이미 증여가 이행된 것에 대해서는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증자에게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거나, 금전을 이체해 준 경우 등 증여자가 이미 수증자에게 증여를 이행했다면 해제할 수 없다. 자녀가 잘 모시겠다고 해 이를 믿고 자녀 앞으로 재산을 모두 이전하였는데 이후 자녀가 찾아오지 않아도 증여 계약을 해제해 돌려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증여 시 일명 효도계약서를 작성하여 수증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부담부증여’라고 한다. 부담부증여를 하면 부담 의무가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 계약이 이행됐다 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생활비 지급 의무, 주기적인 가족 식사 의무 등 구체적으로 수증자의 효도 의무를 명시해 계약서를 작성하면 훗날 수증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미 증여가 이행됐더라도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가 남는다. 부모가 해제권을 행사해 증여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해도 자녀가 자의로 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증여 재산을 되찾아 올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신탁’을 활용하면 좋다.
증여자와 수증자 간 증여 계약을 체결할 때 부담부증여를 하여 수증자가 증여 이후 신탁회사와 신탁 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신탁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시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수증자가 신탁회사와 신탁 계약을 체결할 시 특약 사항으로 ‘증여자를 신탁재산보호자로 지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수증자가 신탁 계약의 변경 및 해지 등의 특정 행위를 할 때 증여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증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하거나 신탁재산을 담보로 차입을 하려 할 때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으므로 신탁회사는 계약에 따라 증여자의 동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만일 동의가 없다면 수증자의 요청에 협조할 수 없다. 이를 통해 부모는 증여를 한 이후에도 신탁재산 보호자로서 증여 재산에 대해 통제권을 가질 수 있으며 자녀로서는 자연히 부모에게 효를 다하게 되어 부모자식 간의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윤서정 신한은행 신탁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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