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려면 시간당 1만원이라도”... 부업 뛰는 ‘N잡러’ 월 50만명 돌파

김지섭 기자 2024. 4.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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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플랫폼 일자리 늘어
그래픽=백형선

직장인 김모(39)씨는 올해 들어 퇴근 후 틈날 때마다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음식을 나르며, 주말엔 가끔 종일 근무도 한다. 1시간 일하며 버는 돈은 1만원 안팎으로 최저시급(9860원) 수준이다. 김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너무 올라서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한 푼이 아쉽다”고 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본업(本業) 외에 다른 일을 추가로 하는 ‘N잡러(직업을 여러 개 가진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청년층뿐 아니라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도 부업(副業) 전선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중장년층이 20대 중심의 아르바이트 시장에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급증하는 ‘N잡러’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1~3월)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월평균 55만2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월 평균 45만1000여 명)보다 22.4% 늘었다. N잡러가 50만명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전체 취업자 중 N잡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기준 1.97%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만 해도 N잡러 비율이 1.34%에 그쳤지만, 4년여 사이 0.63%포인트 상승했다.

N잡러는 전(全) 연령대에서 증가세다. 올해 1분기 N잡러는 청년층(15~29세)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30.9%)을 기록했으나 40대(27.7%)와 60대 이상(25.1%)의 증가율도 이에 못지않았다. 30대(14.9%)와 50대(14.7%)도 증가율이 꽤 컸다. 올해 1분기 N잡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60대 이상(19만4000명)이었다. 이어 50대(11만8000명), 40대(11만5000명) 순이었다.

최근 N잡러의 증가세는 단기 고용이 활발히 이뤄지는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정규직 비중이 높은 40대와 50대 이상의 작년 아르바이트 지원량 증가율은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57.7%, 357.2%나 급증했다. 30대 증가율도 89.3%를 기록해 아르바이트 시장 주력인 20대 증가율(28.6%)을 3배 넘게 웃돈다. 지난 2년간(2021~2023년) 20대의 아르바이트 신규 이력서 등록 비율은 57.7%에서 51.8%로 5.9%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30대는 1.3%포인트(11.9%→13.2%),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2.2%포인트(9%→11.2%), 3.3%포인트(5.5%→8.8%) 상승했다.

◇'고금리·고물가’에 플랫폼 확산 영향

N잡러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장기화하는 고금리·고물가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월급은 제자리 걸음하는데 대출 이자 부담은 늘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본업만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서민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작년 4월 알바천국이 N잡 경험이 있는 40대 이상 회원 530명에게 N잡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절반 이상(53.8%·중복 응답)이 “금리, 물가 인상 등으로 지출이 대폭 늘어서”라고 답했다. “본업 소득이 감소해서, 임금 인상 폭이 저조해서”라고 답한 이들도 26.4%나 됐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고금리·고물가에 더해 자산 인플레이션에 맞물려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 집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의 대형 배달 플랫폼에 배달 기사로 등록하는 등 수시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진 것도 ‘N잡러’ 진입 문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유튜버처럼 어디서든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리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도 늘면서 직장인들의 추가 소득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N잡러들은 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만, 수입은 짭짤한 편이 아니었다. 지난 1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복수 일자리 종사자의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N잡러들의 본업과 부업을 합친 월평균 소득은 294만7000원으로 직업이 1개인 사람보다 21만원 많았다. 하지만 시간당 소득은 1만3000원으로 본업만 하는 이들보다 1만6000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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