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인력 절반은 자원봉사자… “날 멋쟁이로 만들어준 옷”
88서울올림픽 공식 휘장이 가슴에 부착된 재킷은 지금도 녹색이 산뜻하다. 이 ‘그린 재킷’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통역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됐던 유니폼이다. 이 옷을 입고 통역 봉사를 했던 대구 독자 박태칠(64)씨는 “변변한 양복 한 벌 없었던 나를 멋쟁이 신사로 만들어 줬던 옷”이라고 했다.
박씨는 대학 시절 영어 회화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카투사로 군 복무를 했다. 대구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영어 실력 덕에 통역 요원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서울에 있었지만 대구에서도 축구 예선과 준준결승이 열렸다. “자기 나라 경기 결과를 묻는 외국인에게 졌다고 알려주면서 ‘아이 앰 소리’를 연발하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게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박씨는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세울!’ 하던 목소리와 만세를 부르는 우리 대표단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그때 우리 국민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잘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고 했다.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했다. 서울올림픽 대회 공식 보고서에 실린 노태우 조직위원장 담화문은 “나에게는 보람, 조국에는 영광”인 자원봉사를 솔선해서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1985년 10월 시작된 자원봉사자 모집에 총 11만6294명이 응모했다. 접수가 밀려들어 마감일을 10일 연장했다. 선발된 자원봉사자는 총 2만7221명이었다. 대회 운영 인력 총 4만9730명 가운데 약 55%를 차지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통·번역과 선수단 숙소 청소, 분실물 처리, 출입증 검사 등 현장 곳곳에서 활약했다.
보고서의 총평에는 “대회 성공의 영예는 1차적으로 자원봉사자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이 각계의 평가”라는 표현이 나온다. “각계각층 남녀노소의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희생정신의 발현은 국민 의식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민족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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