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가 반전시위 진압에“표현의 자유 침해” 목소리

윤기은 기자 2024. 4. 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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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확산 막는다며
학생 대거 체포·정학 처분
정부·대학 향한 비판 커져
친이·친팔 학생들 실랑이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친팔레스타인 학생들과 친이스라엘 학생들이 28일(현지시간) 교내에서 맞불 집회 중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와 대학이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수정헌법이 중요하게 보호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까지 미 전역 대학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 800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집계했다.

더네이션은 지난 25일 뉴욕 컬럼비아대 야영지 철거 사건 이후 수많은 학생이 체포되거나 정학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이 사건은 미국 교육 정신의 근간인 ‘자유 토론’을 억압했다는 점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교내 농성 현장을 지켜본 헬가 타윌 수리 뉴욕대 부교수는 “대학 당국이 학문·집회·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더네이션에 말했다.

특히 텍사스트리뷴과 댈러스모닝뉴스 등 텍사스주 매체는 그레그 애벗 주지사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애벗 주지사는 2019년 자신이 대학 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주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반전 시위가 번지자 그는 지난달 ‘반유대주의 성격의 구호를 외치는 학생은 퇴학 등의 징계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애벗 주지사는 반전 시위에 참가한 학생을 잡아들이고 있는 경찰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그가 직접 ‘친팔레스타인 성향’으로 지정한 텍사스대 두 개 모임 중 하나는 학교에 의해 활동 정지 처분을 당했다.

미국은 1791년 수정헌법을 채택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사회적 최우선 가치로 여겨왔다. 미국에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한국과 달리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도 없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현존하는 해를 끼치는 위협을 미칠 때’ 등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미 정부와 각 대학도 “시위가 유대인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논리로 시위 참가를 제한하고 있지만 대학가 반전 시위가 유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라는 해석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6년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27일 NPR에 출연해 “시위대에 반유대주의자가 있겠지만, 여론조사는 시위 참가자 중 압도적 다수가 이스라엘 극우 정부의 전쟁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지쳤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시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집회에 참가했다가 구금된 컬럼비아대 학생은 “나와 함께 감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유대인”이라며 “농성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랍인,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인, 흑인, 동남아시아인 등 다양한 출신”이라고 더네이션에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와 공권력이 과도하게 시위 참가자를 진압하면서 학습할 권리와 신체의 자유도 훼손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간 대학은 교내에 경찰력을 대거 동원했고, 경찰은 시위 해산 과정에서 후추 스프레이, 테이저건, 진압봉 등 장비를 이용했다.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밀치거나 신체를 결박해 체포하는 모습도 SNS에 올라왔다. 예일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미네소타대 등에서는 시위 가담 학생이 퇴학당하기도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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