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존폐 논란에 '법제화' 움직임…전망은?

금창호 기자 2024. 4. 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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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지난해 정부가 교권 침해의 한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한 뒤, 전국 곳곳에서 폐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충남과 서울 지역 지방의회에서 연달아 폐지안이 가결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치권에선 더 이상의 소모적 갈등을 막자면서, 아예 상위법으로 학생 인권 보장을 명시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수순

충남 이어 전국 '두 번째'


서울·충남 교육청

"재의 요구 등 절차 밟겠다"


경기·광주서도 폐지 움직임

전국 확산


존폐 논란 뿌리 뽑자

국회선 "학생인권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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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취재 기자와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금창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어서오세요.


충남에 이어서 서울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교육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대응 계획이 있습니까?


금창호 기자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결정된 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오늘(29일)까지 이 결정을 규탄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시의회의 폐지 결정 직후부터 '거부권'도 행사하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번 폐지 결정을 다시 논의해달라고 '재의 요구'를 하는 건데 기한은 다음달 17일까지입니다.


페지안을 다시 심의 의결할 때는 의원 과반이 출석해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서울시의회는 전체 의원이 3분의2 이상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하는 국민의힘 의원들로 돼있어 거부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서울시의회와 비슷한 정치지형을 갖고 있는 충남도의회가 교육감의 재의 요구 이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다시 통과시켰습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재의결되자, 대법원 제소 등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역시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다시 한 번 확정되면 대법원 제소까지 가겠단 계획입니다.


서현아 앵커

법정 다툼으로 번지게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누구보다도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또 어떤 우려가 나옵니까?


금창호 기자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없어지는 걸 가장 걱정합니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생인권위원회 구성을 지원하는 등 인권 증진 체계를 구축하고 인권 교육과 홍보를 하는 기관인데요.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이 기구에서 상담과 권리구제 절차를 맡는다는 겁니다.


이런 센터 설치 근거가 학생인권조례에 있기 때문에 조례 폐지로 학생들의 피해 구제 기회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대신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지만 이 조례에는 권리구제 기구를 둔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또, 센터와 더불어 피해자 구제 업무를 총괄할 학생인권옹호관 직책 역시 사라지기 때문에 교육계 반발은 더 큰 상황입니다.


서울뿐 아니라, 조례를 만든 곳 역시 구제기구 설치 근거를 조례에 담아놨기 때문에 조례가 없어지면, 피해는 전국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현아 앵커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할 기구가 사라질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인권조례를 없애지 말고 보완하자라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이게 소용이 없었던 겁니까?


금창호 기자

사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원인이 됐단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현장 교사들의 인식이 조례 폐지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더니 교사 83%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는데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이유를 설명할 때 이런 교사들의 생각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교육감들도 이런 인식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하자'고 수 차례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보완책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학생의 책무성을 강화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해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 개정안은 소관 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도 있었는데, 이 역시 소관 위원회에서 논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의회는 이미 비슷한 내용의 '학교 구성원의 책임과 권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기 때문에, 내용이 중복되는 학생인권조례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학교 구성원 인권 조례 제정 필요성이 제기된 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7월 이후고요.


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발의된 건, 지난해 3월입니다.


이 때 폐지안은 '동성애·동성혼을 정상이라고 교육하는 게 문제'라는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청구된 주민조례안을 인용한건데, 4가지 이유 모두 기존 법적 판단에 비춰봤을 때 부적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시의회 검토보고서는 이런 법적 판단을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는 조례가 제정된 이후에 줄곧 제기가 돼 왔습니다.


반복되는 존폐 논란을 막기 위해서 아예 상위법으로 학생인권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고요?


금창호 기자

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학생인권법 제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오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연합 강민정 국회의원이 이미 학생인권법을 최근 발의했고요.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 사항에 이 법 제정을 포함시켰습니다.


학생인권법 제정에 나서는 이유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박주민 국회의원 / 더불어민주당

"법률적 기반이 확고하지 못하다 보니, 교육감의 성향이나 지방의회 구성 변화, 그리고 이와 결부된 학생인권조례 반대 단체 활동 등 여러 유동적인 상황에 따라 조례가 제정되거나 폐지되고, 권리의 보장 수준이 달라지거나 사업이 축소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과연 민주당에 학생인권법 제정 의지가 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주민 의원이 지난 2021년, 학생인권옹호관 설치와 학생인권조례 근거 조항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처리해야 된다는 공통의 문제 의식은 있었지만 좀 미뤄진 것 같다"며 "충남과 서울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단 생각에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해야겠단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 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만큼 법안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누군가의 인권을 제한해야만, 다른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는 건 아닐 겁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포함해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라겠습니다. 


금창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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