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새는 빛을 퍼트린다 — 고 홍세화 선생님께 [왜냐면]

한겨레 2024. 4. 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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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영결식에서 한 참석자가 헌화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용아 | 시인

4월은 그냥 지나가지 않네요

늦은 귀가 시간

우편함에 꽂힌 신문에서 본

선생님의 마지막 인사,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노란 생강나무꽃 이미 져버렸고

아직은 차가운 바람

봄의 첫 글자가 아니라면

차라리 한 잎도 기억되지 말기를,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말처럼

먼지를 맞고 선 명자나무꽃은

저 붉은 속 다 드러낸 채

손을 내미네요

그래도 선생님의 마지막을 돌아가며 지킨

이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로가 되었어요

그건 선생님의 모습이기도 했지요

서로를 향한 낮은 연대

가장자리 노랗게 밝히는 꽃다지처럼

수줍게 웃으시던 선생님

따듯한 그 기억들

꽃잎 되어 날리네요

너무 많은 것들을 앞세워버린 이 계절

잎도 없이 꽃 먼저 져버리는 이 4월

놓쳐버린 것을 또 놓아버린 이 저물녘

어둠 속 날아오른 새

흰 빛으로 타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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