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영향없어요"···수수료 노린 카드사 마케팅 판쳐

박성호 기자 2024. 4.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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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인 A 씨는 최근 H 자동차의 신차를 구매했다.

애초 할부 금융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A 씨를 담당한 딜러가 신용카드사의 장기 자동차 카드 할부 상품을 권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자동차 신차 할부 서비스는 전년 대비 2조 원 가까이 급증한 반면 할부 금융 잔액은 9조 6386억 원으로 같은 기간 1조 원 넘게 줄었다.

캐피털사의 할부 금융 상품 금리보다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저렴하고 페이백 혜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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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카드 할부 40조 돌파
일시적 대출한도 늘려 고객몰이
할부서비스 결제 1년새 2조 급증
금감원, 규제사각지대 조사나서
[서울경제]

대기업 직원인 A 씨는 최근 H 자동차의 신차를 구매했다. 애초 할부 금융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A 씨를 담당한 딜러가 신용카드사의 장기 자동차 카드 할부 상품을 권했다. 계속되는 권유에 결국 A 씨는 신용카드 장기 할부로 차를 구매했다. 그는 “할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적용받지 않아 혹시 모를 대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할부 금융과 비교해 원금 외 수수료나 이자도 약간 싸고 페이백도 있다고 해서 할부 서비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DSR 산정에 제외되는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 결제가 급증하면서 신차 구매 패턴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자동차 신차 할부 서비스는 전년 대비 2조 원 가까이 급증한 반면 할부 금융 잔액은 9조 6386억 원으로 같은 기간 1조 원 넘게 줄었다. 카드 업계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잔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할부 금융 대신 카드 할부 서비스를 통한 신차 구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할부 금융보다 할부 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수익에 유리하기 때문에 영업력을 쏟아부은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할부 금융은 소비자로부터 이자를 받을 뿐이지만 할부 서비스는 할부 수수료는 물론 가맹점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다. 가맹점 수수료는 차값의 1.9%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산 신차 카드 결제 규모가 40조 30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드사들은 8000억 원에 가까운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번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 할부 서비스가 더 유리한 면이 있다. 캐피털사의 할부 금융 상품 금리보다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저렴하고 페이백 혜택도 있다. A 카드의 경우 장기 할부 서비스 금리를 5.0~5.4%로 홍보하고 있는데 H 캐피털의 경우 지난달 할부 금융 상품의 평균 실행 금리는 5.6%였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신차 구매 고객에게 부여하는 ‘특별 한도’다. 특별 한도는 경조사 등 일시적으로 지출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카드 한도를 늘려주는 제도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자동차를 사는 고객에게도 특별 한도를 적용하고 있어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특별 한도를 받아 자동차를 할부 서비스로 구매하면 매달 원리금을 내야 한다는 점은 대출 상품과 다를 것이 없지만 DSR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이미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연 4.5% 금리 적용) 3억 원을 받고 있는 연봉 6000만 원인 차주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 오토론을 신청할 경우 2540만 원(대출 기간 5년)까지만 가능하다. 만약 5000만 원짜리 자동차를 사려면 자신의 돈 2460만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할부 서비스는 DSR에 적용되지 않기에 5000만 원 전체를 할부로 결제할 수 있다. 아울러 차를 산 후에도 2540만 원의 대출 여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도 최근 특별 한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카드사로부터 특별 한도를 받아 진행한 자동차 장기 할부 서비스가 DSR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DSR에 포함하겠다는 등의 의도로 살펴보는 것은 아니고 (지적이 있어) 적절한지를 보고 있다”며 “아직은 DSR 회피 목적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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