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vs 반유대주의 … 美대학 반전시위에 민주당 분열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4. 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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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개교 시위 연일 격화 속
이스라엘 지지세력도 늘어
UCLA선 양측 주먹다짐까지
美전역 학생 900여명 체포
2030표심 - 유대계 자금놓고
바이든캠프 대선영향 촉각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캠퍼스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미국 전역 50여 개 대학에서 천막 농성과 시위가 진행되면서 일부 격한 충돌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전역 대학에서 가자전쟁 관련 시위가 격화하면서 가자전쟁이 오는 11월 대선의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했다. 인도주의, 반(反)유대주의, 이슬람 혐오, 표현의 자유 등 거대 담론들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이슈로,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셈법이 매우 복잡하게 됐다. 당장 백악관은 중립을 택하며 신중론을 유지했고, 민주당에서는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반전(反戰) 시위대와 이스라엘 지지 시위대가 충돌했다. 이스라엘 지지 시위대는 반전 시위대에 맞서 집회를 열었는데,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진입하려다가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만 심각한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여러 대학에서 두 진영으로 나뉜 시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주장이 다른 두 세력이 직접적으로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CLA는 성명을 통해 "UCLA는 평화적 집회의 장소로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며 "오늘 같은 폭력이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더 큰 폭력으로 사태가 비화하지 않도록 막으려는 메시지다.

하지만 시위는 격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는 이달 말 현재 미국 전체로 확산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예일대, 브라운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서부 스탠퍼드·버클리대, 남부 텍사스대 등 약 50여 개 대학에서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시위는 일부 대학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면서 불붙었다. 텐트 농성, 학내 행진 등 비폭력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경찰이 체포했다. AP통신은 지금까지 미 전역에서 900명이 넘는 학생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행태에 반발해 시민들도 학생들의 시위에 가담해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

친(親)팔레스타인 학생 집단이 주도하고,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시위의 주된 요구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방산업체 등 기업에 대한 대학의 투자 철회와 이들 기업에서 대학이 받는 지원에 대한 거부다.

이번 시위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에 악재다. 뉴욕타임스(NYT)는 전 국가적인 시위는 현재 집권 세력인 민주당의 사회 안정 유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다소 모호한 민주당의 입장이 도마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를 일부 외면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반유대주의를 구별하는 기준 등을 시민들이 묻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공화당 주장과 같이 시위에 반유대주의 프레임을 씌우는 쪽과 시위는 시민들의 평화 요구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맞붙었다.

민주당 존 페터먼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이날 뉴스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시위는 위대한 미국의 가치지만, 하마스를 위한 텐트 생활은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미 대학 내 유대계 학생들은 신변의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미 공영라디오 NPR 방송에서 페터먼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샌더스 의원은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시위하는 압도적 다수는 우파 극단주의적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기계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데 대해 지쳤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도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캠퍼스 내 (시위) 학생들 중 95%는 이스라엘이 근본적인 불의를 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유대계의 자금력과 표심, 아랍계의 지지, 나아가 2030세대 청년 표심까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과 같은 태도로 중립 기어를 넣는 모습이다. AP통신은 지난 22일 바이든 대통령이 '지구의 날' 행사에서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면서도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비난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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