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왕국’ 집중 유세에도 대패…‘기시다 끌어내리기’는 아직

홍석재 기자 2024. 4.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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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졌다.

다만, 기시다 총리를 대신할 자민당 내 인물이 뚜렷하게 대두되지도 않아,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본격화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우선 이번 보궐선거 패배가 기시다 총리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자민당 여러 파벌들이 얽히고설킨 비자금 문제가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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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의원 해산→총재 재선’ 계획 차질
입헌민주당 전승에 정권교체 역량 부족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시마네현 마쓰에에서 보궐 선거 후보로 나선 니시코리 노리마사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졌다. 다만, 기시다 총리를 대신할 자민당 내 인물이 뚜렷하게 대두되지도 않아,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본격화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트리플 선거’에서 자민당 패배가 확실해진 28일 저녁 도쿄 당 본부에서 기자단에 “여러 비판이 있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 개혁, 당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열린 도쿄15구, 나가사키3구, 시마네1구 선거구 3곳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은 당선자를 1명도 내지 못했다. 자민당은 기존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명예 퇴진해 열린 도쿄15구와 나가사키3구 보궐선거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 회장을 했던 호소다 히로유키 전 중의원 의장 사망으로 열린 시마네1구 선거에서만 자민당은 후보를 냈다. 자민당은 재무 관료 출신 니시코리 노리마사를 후보로 냈으나 입헌민주당 가메이 아키코(58.8%)에게 17.2%포인트 차이로 대패했다. 기시다 총리가 시마네현에 두차례나 찾아와 지원 유세를 했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시마네현은 1996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자민당이 한차례도 의석을 내주지 않은 ‘보수 왕국’이기 때문에, 이번 패배로 인한 충격이 더욱 컸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 파벌들의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국민적 비판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린 첫 국정 선거였기 때문에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20%대 지지율에 그치는 기시다 총리에겐 또 한번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 재선을 위한 시나리오로 알려진 ‘6월 중의원 해산→총선 승리→9월 당 총재(총리) 재선’ 계획 달성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 내부에선 지금 분위기로 총선을 치를 경우, 자민당 의원수가 크게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6월 중의원 해산은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른다는 것이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모테기 도시미쓰 현 간사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 ‘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꼽히는 인물들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사퇴 압박 분위기는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우선 이번 보궐선거 패배가 기시다 총리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자민당 여러 파벌들이 얽히고설킨 비자금 문제가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총재 선거를 좌지우지하던 아베파가 최근 비자금 문제로 목소리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자민당 주요 파벌이 해체된 상태에서 현직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사퇴를 압박할 당내 강력한 세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헌민주당은 2012년 이후 계속된 ‘자민당 1강 체제’를 뒤흔들 최대 기회가 찾아왔지만,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획득할 역량이 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2009년 입헌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뤘던 때와 견주면, 올해 바람이 그 정도로 강력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달 발표된 엔에이치케이(NHK) 여론조사를 보면 입헌민주당 지지율은 6.5%로 자민당(28.4%)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에다노 유키오 전 입헌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을 향한 훈풍이 ‘순간적인 바람’에 불과하다”며 “이를 지각변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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