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간벌꾼’ 딱따구리, 도시로 다시 불러오려면···

김기범 기자 2024. 4.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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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서식하는 딱따구리의 모습.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 제공.

“딱따구리가 나무에 판 둥지 하나가 다람쥐, 청솔모, 소쩍새, 찌르레기, 벌 등 다양한 생물을 키워냅니다. 딱따구리는 숲의 생물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 동시에 숲의 순환을 도우면서 기후위기까지 막는 새인 것이지요.”

지난 27일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는 국내에 서식하는 특정한 조류 6종을 보호하기 위한, 다소 색다른 포럼이 열렸다. 바로 ‘우리 숲에 딱다구리가 살아요’라는 주제로 열린 딱다구리보전회 창립포럼이다. 주로 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 작가 등으로 이뤄진 딱다구리보전회(이하 보전회)는 딱따구리가 숲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막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리고, 보전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내에 서식하는 딱따구리의 모습.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 제공.

보전회 측은 “표준어는 딱따구리이지만 조류학자, 탐조가 등은 ‘딱다구리’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딱다구리보전회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벌레를 잡아먹고, 둥지를 짓기 위해 ‘딱딱딱딱딱’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로 잘 알려져 있는 딱따구리는 전 세계에 240여종이 존재한다. 국내에는 쇠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까막딱따구리 등 6종이 살고 있다.

둥지에서 청설모를 쫓아내는 딱따구리의 모습.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 제공.

기존에는 전국의 도심 공원과 근교 숲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산림 난개발과 지나친 간벌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딱따구릿과 중 하나인 크낙새는 1993년 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까막딱따구리는 천연기념물 제242호 및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호 보전회 공동대표는 국내 서식 중인 딱따구리가 지은 둥지를 장기 관찰한 기록을 소개하면서 “딱따구리가 만든 나무 속 둥지가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솔모, 큰소쩍새, 소쩍새, 솔부엉이, 찌르레기, 호반새, 벌 등 다양한 생물에 도움을 주면서 숲의 생물다양성을 북돋는다”고 설명했다. ‘딱따구리 아빠’로 불리는 김 대표는 또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든 나무는 구멍이 있어 태풍이 불면 쓰러진다”면서 딱따구리가 숲의 순환을 돕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딱따구리가 만들어 놓은 나무 둥지에 들어가 있는 다람쥐들의 모습.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 제공.

보전회 공동대표를 맡은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도 “딱따구리는 무른 나무나 썩은 나무를 골라서 둥지를 짓는다”며 “딱따구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간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딱따구리가 썩은 나무를 솎아내는 자연의 간벌꾼 역할을 하면서 탄소흡수원인 숲의 건강성이 유지되면서 기후위기 대응도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도시를 떠난 딱따구리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방법들도 제시됐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오래된 나무 자르지 말기, ‘닭발 가로수’를 생산하는 과도한 가지치기 근절, 어두운 밤을 위해 밝은 조명 끄기, 농약 살포 및 주입 않기, 도로와 건물을 줄이고 숲을 늘리기”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7일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딱다구리보전회 창립포럼 모습. 딱다구리보전회 제공.

딱따구리의 표준어와 관련해 정대수 우포생태교육원장은 “딱따구리라는 이름은 ‘더구리’(딱따구리의 방언)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표준어 개정을 국어학계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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