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권위주의가 키운 삼성 노조 리스크

황민규 기자 2024. 4. 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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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을 일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는 합당한 보상뿐이다."

이동훈 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일각에서는 이동훈 전 사장이 모회사인 삼성전자 경영진과 임금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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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을 일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는 합당한 보상뿐이다.”

이동훈 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그는 애플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고 아이폰에 첫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하도록 주도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런 이 전 사장이 지난 2020년 갑작스럽게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자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강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동훈 전 사장이 모회사인 삼성전자 경영진과 임금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을 대표해 삼성 본사 경영진에 임금인상을 요구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 4년이 지난 올해 더 큰 노사갈등으로 비화했다. 이달 16일 다섯 차례의 교섭 끝에 임시로 봉합되기는 했지만 임금 인상률 협상 과정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문턱까지 가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다. 문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더 이상 계열사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고 외치면서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던 삼성그룹에는 여전히 계열사들의 세부사항까지 ‘마이크로매니징’하는 과거 방식이 존재한다. 물론 수많은 계열사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로 얽힌 삼성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컨트롤타워 자체가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오히려 큰 틀에서 중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컨트롤타워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과거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삼성그룹이 철저한 신상필벌과 공정한 인사체계, 전문경영인의 독립 경영을 인정하는 대원칙을 지켜왔던 시기의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의 삼성 경영진은 여전히 계열사들의 많은 현안 하나하나를 모두 제어하고 있다”며 “일례로 현재 노사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애초 사측에서 제안한 유급휴가 등의 사안이 노사간 합의됐다가 뒤늦게 삼성 본사 경영진이 반려하면서 무효화됐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사측의 요청으로 ‘2024년 임금조정’ 결과를 적용받지 않을 조합원 845명의 명단을 1차로 작성해 제출했다. 연봉 계약을 거부한 직원 대부분은 반도체(DS)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직원들이 임금조정 결과를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

노사 갈등을 해결할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노사간 대화를 하려고 해도 사측은 말 그대로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결정을 삼성 본사 경영진에서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본사 경영진이 계열사 사업 전반에 관여하는 방식은 경영 효율성의 문제를 떠나 좋은 의도조차도 온갖 오해를 낳을 수 밖에 없으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 갈등이 기업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지금은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년간 비상경영 체제에서 삼성 경영진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실적 부진, 성과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노조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삼성 경영진은 이제 변화해야 할 때다. 사업 경쟁력을 더 강화시키고, 임직원들과 더 소통하는 조직으로 거듭나 경영진의 존재 이유를 납득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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