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으로 신난 김갑수 “수현이 연기에 감탄. 네가 또래 중 톱이다”[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4.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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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홍만대 역을 연기한 배우 김갑수. 사진 F&F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갑수는 ‘죽어야 사는 남자’다. 적어도 작품 안에서는 그렇다. 그런 그가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그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인터뷰 장소를 차려놓고 매체를 만난 것은 기억나는 때로 2013년 영화 ‘공범’ 출연 후 10년 만이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냐’는 질문에 “드라마가 잘 됐잖아요”라고 답했다.

그는 어쩌면, 어김없이 이번 작품에도 죽었지만, 작품은 살아났다. 지난 28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극 중 배경이 되는 퀸즈그룹의 회장 홍만대 역을 맡았다. 구두닦이부터 자수성가해 굴지의 대기업을 일궜지만, 가족들에게 옆을 내어주지 않았고 결국 치밀한 복수심으로 장기계획을 짠 모슬희(이미숙)의 계략에 넘어가 쓰러지고 결국 목숨도 잃는다.

“이번 연기를 할 때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였어요. 꼭 죽음을 택했어야 하나 싶었지만, 결국 죽음을 택하는 것이 작가님 말씀도 그랬고 효과적일 것 같았어요. 홍만대 회장에게는 깊은 회한의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요. 후계자를 아들 중에서는 만들지 않았죠. 결국 해인(김지원)이에게 많은 걸 줬는데 그것도 부족했죠. 스스로 죽음으로서 가족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홍만대 역을 연기한 배우 김갑수. 사진 F&F엔터테인먼트



김갑수의 배역으로서 그 죽음의 역사는 굉장히 유서 깊다. 온라인에는 그의 극 중 배역 사망 작품 리스트가 따로 정리돼 있을 정도다. 1989년 ‘문예극장-저 깊푸른 강’에서 처음 사망 연기를 한 그는 2008년부터 지금 대중들의 기억에 남을 사망 작품이 많았다.

SBS의 ‘타짜’, ‘제중원’, KBS1 ‘거상 김만덕’에서 죽었다. 이후 KBS2 ‘신데렐라 언니’, ‘즐거운 나의 집’, ‘아이리스’, ‘감격시대-투신의 탄생’도 있었다. SBS ‘미세스 캅’과 tvN ‘THE K2’, ‘미스터션샤인’, ‘60일 지정생존자’ 등 숨 쉬듯 1년에 적어도 한 작품 이상은 세상을 떠나는 연기를 했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물어요. ‘이번에는 안 돌아가세요?’ ‘언제 돌아가세요?’라고 하죠. 죽지 않으면 섭섭해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단명 배우’라는 호칭이 달갑지는 않았죠.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고요. 결국 끝까지 남는 별명이란 건 그만큼 대중분들이 많이 생각해주신다는 이유니까요.”(웃음)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홍만대 역을 연기한 배우 김갑수 극 중 사망장면. 사진 tvN 방송화면 캡쳐



김갑수는 여느 젊은 배우 못지않게 시청률 추이를 잘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비록 죽음으로 퇴장을 하는 작품이 있더라고 그 이후 줄거리는 안 보더라도 시청률을 챙기며, 이번 ‘눈물의 여왕’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반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그는 김희원 감독과 주연 배우 김수현 등에게 문자를 보내 기쁨을 알렸다.

“1, 2회를 딱 봤는데 좋더라고요. 그래서 감독에게 문자를 보내서 ‘게임 끝났어’라고 했죠.(웃음) 제가 tvN의 한 작품으로만 판단하는 게 아닌 거든요. 다른 채널의 작품을 딱 봤을 때도 느낌이 오기 때문에 ‘게임 끝’이라고 하는 거죠. 백현우 역을 한 (김)수현이에게도 문자를 보냈어요. ‘너 진짜 잘한다. 너 너네들 또래 젊은 배우 중에서는 톱이다’라고요. 그러니까 ‘ㅋㅋㅋㅋ’하는 답장이 왔었어요. 앞으로 김수현과 김지원이 우리나라의 작품을 밀고 가겠다는 확신이 섰죠.”

사실 1977년 극단 현대극장의 1기로 배우에 데뷔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 연기’를 시작한 김갑수의 이미지는 굉장히 다채롭다. 하지만 대부분 권위적이거나 딱딱하고, 근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만난 그는 굉장히 곰살맞고 다정하고 웃음도 많았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홍만대 역을 연기한 배우 김갑수. 사진 F&F엔터테인먼트



“제가 출연하는 현장은 다 재미있어요. 원래 권위적인 걸 싫어하고요. 나이 어린 배우나 작은 역할도 다 색깔이 있는 건데. 그걸 물어보는 것만 좋아하지 가르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지만 깨는 걸 좋아합니다. 촬영현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예민해요. 다들 신경이 곤두섰는데, 안 찍을 때라도 웃고 농담하고 장난치며 즐겁게 지내자고 생각하죠.”

이러한 낙천적인 마음이 그만큼 자주 죽는 배역을 연기하지만, 그곳에서 잘 빠져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끝난 작품은 빨리 털어버리며 심지어 TV에서 보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매일 매일 오는 상황에 집중하고, 감정을 남기지 않는 것. 김갑수가 거의 50년이 다 돼가는 연기생활에 오롯이 힘을 쏟을 수 있는 이유다.

“당연히 (김)수현이처럼 사랑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 이순재 선생님처럼 오래 하고 싶기도 하죠. ‘극한직업’이라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하는데 재미가 있어요. 많은 캐릭터를 해봤지만 이제 왕 역할을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죠. 물론 죽지 않는 왕으로요.”(웃음)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홍만대 역을 연기한 배우 김갑수. 사진 F&F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 건강관리가 어려워져 눈 수술을 두 번 받고, 기흉이 생기기도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했다. 그 와중에 방탄소년단 멤버 진과 식당에서 인사한 사연을 온라인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하는 등 그의 취향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죽어야 사는 남자’ 김갑수는 오늘도 죽고 내일 산다. 하지만 하는 작품만 잘 될 수 있다면 그는 얼마든지 이러한 굴레에서 행복하게 쳇바퀴를 돌 자신이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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