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으로 신난 김갑수 “수현이 연기에 감탄. 네가 또래 중 톱이다”[스경X인터뷰]
배우 김갑수는 ‘죽어야 사는 남자’다. 적어도 작품 안에서는 그렇다. 그런 그가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그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인터뷰 장소를 차려놓고 매체를 만난 것은 기억나는 때로 2013년 영화 ‘공범’ 출연 후 10년 만이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냐’는 질문에 “드라마가 잘 됐잖아요”라고 답했다.
그는 어쩌면, 어김없이 이번 작품에도 죽었지만, 작품은 살아났다. 지난 28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극 중 배경이 되는 퀸즈그룹의 회장 홍만대 역을 맡았다. 구두닦이부터 자수성가해 굴지의 대기업을 일궜지만, 가족들에게 옆을 내어주지 않았고 결국 치밀한 복수심으로 장기계획을 짠 모슬희(이미숙)의 계략에 넘어가 쓰러지고 결국 목숨도 잃는다.
“이번 연기를 할 때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였어요. 꼭 죽음을 택했어야 하나 싶었지만, 결국 죽음을 택하는 것이 작가님 말씀도 그랬고 효과적일 것 같았어요. 홍만대 회장에게는 깊은 회한의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요. 후계자를 아들 중에서는 만들지 않았죠. 결국 해인(김지원)이에게 많은 걸 줬는데 그것도 부족했죠. 스스로 죽음으로서 가족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갑수의 배역으로서 그 죽음의 역사는 굉장히 유서 깊다. 온라인에는 그의 극 중 배역 사망 작품 리스트가 따로 정리돼 있을 정도다. 1989년 ‘문예극장-저 깊푸른 강’에서 처음 사망 연기를 한 그는 2008년부터 지금 대중들의 기억에 남을 사망 작품이 많았다.
SBS의 ‘타짜’, ‘제중원’, KBS1 ‘거상 김만덕’에서 죽었다. 이후 KBS2 ‘신데렐라 언니’, ‘즐거운 나의 집’, ‘아이리스’, ‘감격시대-투신의 탄생’도 있었다. SBS ‘미세스 캅’과 tvN ‘THE K2’, ‘미스터션샤인’, ‘60일 지정생존자’ 등 숨 쉬듯 1년에 적어도 한 작품 이상은 세상을 떠나는 연기를 했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물어요. ‘이번에는 안 돌아가세요?’ ‘언제 돌아가세요?’라고 하죠. 죽지 않으면 섭섭해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단명 배우’라는 호칭이 달갑지는 않았죠.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고요. 결국 끝까지 남는 별명이란 건 그만큼 대중분들이 많이 생각해주신다는 이유니까요.”(웃음)
김갑수는 여느 젊은 배우 못지않게 시청률 추이를 잘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비록 죽음으로 퇴장을 하는 작품이 있더라고 그 이후 줄거리는 안 보더라도 시청률을 챙기며, 이번 ‘눈물의 여왕’ 때도 마찬가지였다. 초반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그는 김희원 감독과 주연 배우 김수현 등에게 문자를 보내 기쁨을 알렸다.
“1, 2회를 딱 봤는데 좋더라고요. 그래서 감독에게 문자를 보내서 ‘게임 끝났어’라고 했죠.(웃음) 제가 tvN의 한 작품으로만 판단하는 게 아닌 거든요. 다른 채널의 작품을 딱 봤을 때도 느낌이 오기 때문에 ‘게임 끝’이라고 하는 거죠. 백현우 역을 한 (김)수현이에게도 문자를 보냈어요. ‘너 진짜 잘한다. 너 너네들 또래 젊은 배우 중에서는 톱이다’라고요. 그러니까 ‘ㅋㅋㅋㅋ’하는 답장이 왔었어요. 앞으로 김수현과 김지원이 우리나라의 작품을 밀고 가겠다는 확신이 섰죠.”
사실 1977년 극단 현대극장의 1기로 배우에 데뷔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 연기’를 시작한 김갑수의 이미지는 굉장히 다채롭다. 하지만 대부분 권위적이거나 딱딱하고, 근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만난 그는 굉장히 곰살맞고 다정하고 웃음도 많았다.
“제가 출연하는 현장은 다 재미있어요. 원래 권위적인 걸 싫어하고요. 나이 어린 배우나 작은 역할도 다 색깔이 있는 건데. 그걸 물어보는 것만 좋아하지 가르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지만 깨는 걸 좋아합니다. 촬영현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예민해요. 다들 신경이 곤두섰는데, 안 찍을 때라도 웃고 농담하고 장난치며 즐겁게 지내자고 생각하죠.”
이러한 낙천적인 마음이 그만큼 자주 죽는 배역을 연기하지만, 그곳에서 잘 빠져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끝난 작품은 빨리 털어버리며 심지어 TV에서 보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매일 매일 오는 상황에 집중하고, 감정을 남기지 않는 것. 김갑수가 거의 50년이 다 돼가는 연기생활에 오롯이 힘을 쏟을 수 있는 이유다.
“당연히 (김)수현이처럼 사랑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 이순재 선생님처럼 오래 하고 싶기도 하죠. ‘극한직업’이라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하는데 재미가 있어요. 많은 캐릭터를 해봤지만 이제 왕 역할을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죠. 물론 죽지 않는 왕으로요.”(웃음)
배우로서 건강관리가 어려워져 눈 수술을 두 번 받고, 기흉이 생기기도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했다. 그 와중에 방탄소년단 멤버 진과 식당에서 인사한 사연을 온라인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하는 등 그의 취향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죽어야 사는 남자’ 김갑수는 오늘도 죽고 내일 산다. 하지만 하는 작품만 잘 될 수 있다면 그는 얼마든지 이러한 굴레에서 행복하게 쳇바퀴를 돌 자신이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호중, 24일 ‘슈퍼클래식’ 불참 확정
- [종합] ‘셀프 열애설’ 송다은 “승리 前 여친 아냐”→BTS 지민엔 침묵
- ‘지역 비하’ 피식대학, 순식간에 16만 명 잃었다
- “말도 안 되는 마녀사냥” 강형욱 침묵 속 옹호글 등장
- [전문] 아일릿 소속사, 민희진 고소 “표절 아냐…노력과 성과 폄하돼”
- 박보람, 사망원인 ‘급속알코올중독’ 추정···평소 지병과 겹쳐
- 김연경, 유재석에 서운 폭발···“내 경기는 안 오고 아이유 공연은 가” (틈만 나면)
- [인터뷰] 류준열, 열애·결별·그린워싱 논란에 답하다
- [스경X현장]“선재 때문에 밤샜어요” 美쳐버린 ‘선재 업고 튀어’ 팝업 열기
- ‘마약 투약’ 박유천, 타투 훤히 드러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