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간송미술관 1년7개월만에 재개관…미공개 서화유물 전시

황희경 2024. 4. 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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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각 설계도면·간송 유물 구입기록 등도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년7개월 보수 복원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간송미술관(보화각) 모습. 2024.4.29. zitron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이 1년 7개월간 보수·복원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4년 서울 성북구 일대에 마련한 북단장(北壇莊) 권역 내 1938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사립미술관인 보화각(葆華閣)에서 출발했다.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던 간송은 보화각에서 자신이 모은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전하는 데 힘썼다.

간송미술관은 그동안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전시를 열어 간송의 소장품을 공개해 왔으나 건립 후 80여년이 지나며 보수 필요성이 제기돼 2022년 9월부터 문을 닫고 보수 정비에 들어갔다.

공사 마친 간송미술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4.4.29 mjkang@yna.co.kr

새로 문을 연 간송미술관은 80여년 동안 유지돼 온 건물의 외관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내부는 전시 관람 환경을 개선했다. 전시장 창호는 이중창으로 바꾸고 전시장 조명에도 신경을 썼다. 보화각이 처음 생겼을 당시 간송이 일본 오사카에 주문해 만든 진열장도 일부를 그대로 사용한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점자 표기판도 새로 만들었다.

백은배, 백임당풍속화첩 제6면 양회초야(첫날밤을 위해 밀회를 가지다)[간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개관전으로 1934년 북단장 개설부터 1938년 보화각 건축 과정을 재조명하고 보화각 설립 이전까지 간송이 수집한 미공개 서화들을 소개하는 '보화각 1938' 전이 다음달 1일부터 열린다.

1층에서는 한국 1세대 근대건축가 박길룡(1898∼1943)이 설계한 북단장과 보화각 설계 도면이 최초로 공개된다. 도면에 설계된 건물을 3D 모델링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키오스크도 설치됐다. 간송의 진열장 스케치, 안종원(1874∼1951), 이한복(1897∼1944) 등 당대 유명 서화가들이 북단장 개설을 축하하기 위해 쓴 서예 작품과 위창 오세창(1864∼1953)이 쓴 보화각 현판도 전시된다.

공사 마친 간송미술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4.4.29 mjkang@yna.co.kr

2층에서는 보화각 보수·복원 과정에서 재발견된 서화 유물들을 소개한다. 철종과 고종의 어진화가였던 도화서 화원 백은배(1820∼1901)의 '백임당풍속화첩'과 1930년 제9회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인 심산 노수현(1899∼1978)의 '추협고촌' 등이다. '백임당풍속화첩'은 은밀히 길을 나서는 여인을 그린 '월하밀행'과 돈 많은 양반이 자신의 서재로 어린 기녀들을 부른 '초기서재' 등 아홉 장면을 담은 풍속화첩으로,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의 화풍이 섞여 있는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나비를 잘 그려 '남나비'로 불렸던 조선 후기 화가 남계우(1811∼1888)와 남계우의 제자로 '고접'(高蝶)으로 불렸던 고진승(1822∼?)의 나비 그림도 최초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이 중 고진승의 나비 그림은 기록에만 있던 것으로, 이번에 실물이 처음 발견됐다.

노수현, 추협고촌, 1930년, 지본수묵, 화면 88.7x168.5cm[간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2명 작가가 민영휘(1852∼1935)의 망팔(望八.71세)을 기념해 그린 '축수서화12폭병풍'은 그동안 낱폭으로 보관돼 왔으나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래 하나의 작품이었다는 점이 확인돼 처음으로 12폭 병풍 형태로 복원돼 전시된다.

1888년 미국 워싱턴에서 서화로 교유한 대한제국 주미 공사관원 강진희와 청나라 공사관원 팽광예(1844∼?)의 작품 8점이 실린 '미사묵연 화초청운잡화합벽첩'도 처음으로 전체 작품 8점이 공개된다. 이 중 강진희의 '화차분별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의 풍경을 그린 산수화로, 2022년 서울 예화랑에서 전시됐던 작품이다.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가 보화각 현판 등을 둘러보고 있다. 2024.4.29 mjkang@yna.co.kr

이밖에 간송이 1936년부터 1938년까지 서화·골동품 구입 내역을 꼼꼼히 기록한 '일기대장'도 처음 소개된다.

간송미술관은 개관전을 시작으로 예전처럼 봄과 가을에 정기전을 열 예정이다. 예전에는 전시 기간이 각 2주였으나 앞으로는 봄과 가을 각각 한 달반 정도 전시할 계획이다.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2026년 간송 탄생 120주년을 앞두고 2026년까지 3년간 전시 기획 방향이 잡혀 있는 상태"라면서 "3년 전시를 통해 간송 컬렉션의 구축과 형성 과정을 살피고 보화각이 어떻게 운영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29일 간송미술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간송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 등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간송미술관은 연구 중심기관으로 출발했던 만큼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고 발표하는 전통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월말∼9월초에는 대구 간송미술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개관전에서는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중 국보와 보물 등 유명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전형필 일기대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가 전형필의 일기대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4.4.29 mjkang@yna.co.kr

전 관장은 "간송미술문화재단 출범 때부터 지역 거점을 만들어 서울·경기 이외 지역 분들도 가까이에서 편안하게 간송의 소장품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면서 "그 목표의 첫 결실이 대구 간송미술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구 개관전은 2014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간송문화: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전의 확대·발전판이 될 것"이라면서 "훈민정음 해례본 등 사람들이 아는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6월16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인터파크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미술관측은 "1시간에 1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예약제로 운영하지만 5월 문화의 날에는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말하는 전인건 관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보화각' 복원ㆍ보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4.4.29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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