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폭탄 피했는데…우리금융 웃지 못하는 이유는

정윤성 기자 2024. 4.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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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75억원 ELS 충당금에도…순익 9.8% 감소
그룹 순익 비중 95% 은행 부진…비은행도 주춤
M&A 통한 비금융 강화에 골머리…관건은 매각대금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1분기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은 홍콩 ELS 충당부채에 따라 갈렸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충당금 여파가 적었던 우리금융은 오히려 10% 가량 실적이 후퇴했다. 반면 비은행 계열사들이 약진한 타 금융지주는 ELS 충당부채가 없었다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우리은행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이목이 쏠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45억원이다. ⓒ 시사저널 박정훈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45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9.8%(892억원)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8.2% 줄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후퇴했다. 이자이익도 1조87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0.9% 줄며 홀로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ELS 관련 비용 부담이 적었던 만큼 1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우리금융이 반영한 ELS 손실은 75억원으로 KB(8620억원), 신한(2740억원), 하나(1799억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이 대손비용 등으로 주춤하면서 아쉬운 성적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쉬운 성적표를 기록한 배경에는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 이상인 은행의 부진이 뼈아프다.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50%로 직전 분기(1.47%)에 비해 개선됐지만, 지난해 동기(1.65%) 대비 15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원화대출이자율은 4.73%로 동일한 수준이지만, 원화예금이자율은 2.61%에서 2.78%로 올랐다.

그룹 대손비용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 1분기 우리금융 대손비용은 3680억원으로 전년보다 40.5% 증가했다. 은행의 비중이 큰 특성상 대손비용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년(0.31%)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0.40%를 기록하며 타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핵심 비은행 계열사들도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실적이 주춤했다. 우리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460억원)보다 36.6% 줄었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22%에서 1분기 1.46%까지 오른 가운데, 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도 지난해 대비 19.1% 늘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1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한 330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고정이하여신이 지난해 말 대비 200억원 가량 늘었다. 우리종합금융이 유일하게 지난해 동기 대비 62.5% 늘어난 130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높은 대손비용률과 저원가성예금 정체도 다소 아쉬웠던 요인"이라며 "전체적으로는 무난했지만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한 경쟁사들 대비로는 다소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비은행 힘' 증명한 신한·KB·하나

이와 달리 타 금융지주들은 수천억원의 'ELS 비용'을 제외하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순이익 규모가 커진데다 비은행 계열사들이 약진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도 1분기 비은행 부분이 약하다는 단점이 다시 나타난 만큼 강화에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특히 보험 계열사의 기여도가 눈에 띄었다. KB금융의 경우 KB손해보험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2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KB라이프생명은 103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전분기(-228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탄탄한 보험 포트폴리오가 실적을 뒷받침하면서 8000억원 가량의 충당부채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역시 신한EZ손보가 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주력 계열사인 신한라이프가 1542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작년 1분기 적자를 냈던 하나생명이 1분기 당기순이익 45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실적 방어에 영향을 미쳤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거래대금이 증가한 증권 계열사의 역할도 주효했다. KB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8% 증가했다. 전분기 278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하나증권은 8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기업금융(IB) 부문 수익률이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6.6% 감소한 7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옥ⓒ연합뉴스

비은행 강화 고삐 당기는 우리…증권·손보 눈독

이처럼 비은행 부문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우리금융도 증권사와 손보사 매물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포스증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과 함께 최근엔 롯데손해보험 매각 입찰에도 참여했다. 다만 롯데손보의 경우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 완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선 우리금융과 롯데손보 양측이 서로 원하는 가격대의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을 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금융은 1조원대의 가격을 고려하고 있어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전에도 참전했지만 가격 문제로 포기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일단 한국포스증권 인수에 집중할 분위기다. 포스증권은 자본금 500억원 수준의 소형 증권사다. 이를 위해 지난해 우리금융은 우리종금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종금에 5000억원을 수혈했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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