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거리 700일 걸려”…이재명 ‘채 상병·가족 문제’ 언급, 尹 반응은?

구민주 기자 2024. 4. 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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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이재명, 오후 2시부터 대통령실서 1시간 넘게 ‘영수회담’
尹 “손님 말씀 먼저”…A4 꺼낸 李 “거부권 유감 표명‧특검 수용” 촉구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약 720일 만에 첫 단독 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전국민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 적극 검토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후 곧이어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맞으며 반갑게 악수했다. 이 대표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좋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취임 후 약 여덟 번의 요청 끝에 성사된 영수회담인 만큼 이 대표는 시작부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손님 말씀 먼저 듣겠다"며 먼저 발언을 요청하자 이 대표는 준비한 A4 용지를 꺼내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오다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오늘 이 만남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드리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의 대표로서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드리려고 한다.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고 이에 윤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는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 중징계가 이어지고 있고,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국민들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닐까 걱정을 하는 세상이 됐다"며 날 선 평가에 대해 있는 그대로 청취해주길 요청했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자신의 총선 공약이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역화폐로 지급을 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연구·개발(R&D)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이나 민생입법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제안했다.

장기화하는 의정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의료개혁 정말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의정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전공 필수 지역 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공론화특위에서의 논의를 촉구했다.

정국현안과 관련해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다. 국가가 곧 국민"이라며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 요청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평소에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오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은 오후 2시에 시작돼 1시간20분 가량 경과한 오후 3시20분께 종료됐다. 이날 회담에는 양측 각 3명씩 배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최근 새로 임명된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그리고 이도운 홍보수석이 자리했다. 민주당에선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함께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 결과를 곧 브리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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