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러시아-우크라戰, 정유·철도 등 인프라 집중 타격하는 이유

민서연 기자 2024. 4. 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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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에 ‘에너지 고갈 시켜 국가 경제 흔들어야 승기 잡는다’는 판단
5월 9일 러시아 전승일 맞춰 요충지 점령하려는 러시아, 서방의 우크라 지원 끊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란 등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도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패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신속히 처리하면서도 전쟁 규모 확대와 유가 상승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측에 공격을 만류하는 상황인데, 양국의 공격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군부대로의 타격보다는 정유 시설이나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에 공격을 주고 받고 있다. 외신들은 이같은 상황을 전쟁이 장기화돼 탄약과 군수물자가 바닥을 보여가는 상황에서 두 국가가 전쟁을 각자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해 상대의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국경일인 제 2차 세계대전 승전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받기 전 승기를 잡기 위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군을 타격하기 위해 점검중인 우크라이나 전략부대. /로이터 연합뉴스

◇발전소·정유소 밤새 공격한 우크라와 러시아...”美 우크라 지원법 통과 영향”

2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밤새 남부 크라스노다르주에서 66대, 크림반도에서 2대 등 총 68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크라스노다르주 슬라뱐스크 정유시설은 부분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부터 러시아 서남부 지역의 정유 및 유류 시설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석유시설이 타격을 입을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석유 시설 공격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중이다. 지난 24일에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스몰렌스크주에 있는 정유공장 2곳을 드론으로 공격해 연료탱크를 파괴했다.

에너지 시설로의 타격에 집중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뿐만이 아니다. 이날 알자지라 통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밤새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헤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밤새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서부 르비우주와 이바노프란키우스크주 등 3개 지역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민영전력회사 DTEK도 자사 화력발전소 4개가 공격받아 장비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사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당국은 방공망을 가동해 러시아 미사일 13기를 격추했지만 에너지 시설들이 손상되고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법이 통과한 뒤 에너지 및 사회기반 시설에 집중 폭격을 가하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로 무기가 고갈된 러시아가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지난 24일 급하게 미 의회를 통과한 무기 지원법은 우르카이나에 608억달러(약 83조3200억원)를 지원하고 군용 차량, 스팅어 대공 미사일,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로켓, 155㎜ 포탄, 토(TOW) 대전차 미사일 등 군수 물자를 전달하는 내용을 담는다. 미국의 영향으로 영국도 5억파운드(약 85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다른 국가들의 추가 지원약속도 이어졌다.

법안 통과 직후인 25~26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하르키우, 체르카시 등 3개 지역의 철도 시설을 공격했다. 27일 양국의 발전소 공격 당일에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가스관도 공격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로 오는 서방의 무기 지원을 막거나 지연시키고, 우크라이나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연합국들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는 화력발전 능력의 80%, 수력발전 능력의 35%를 상실한 상태다.

도네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군부대를 타격하는 우크라이나 군대./로이터 연합뉴스

◇시설 공격 이유는 ‘경제 흔들기’...승전일 맞춰 총공세 나서는 러시아군

민간인이나 군수부대 대신 자원 시설을 골라 공격하는 것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두 국가 모두 경제적 타격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CNN은 서방의 지원이 바닥나고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올 때까지 러시아가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올레나 파블렌코 우크라이나 에너지 싱크탱크 디시(DiXi)그룹 대표는 “겨울 이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지키던 방공망 일부가 최전방으로 재배치됐을 것”이라면서 “이건 실수가 아니라 방공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정해지면서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시설을 공격하는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와 정유·유류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보복이 된다. 또 러시아의 대규모 군대 및 군수품 이동을 위해서는 연료가 대량으로 필요하기에, 우크라이나 본토 공격 등 더 큰 공격을 막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부족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 에너지 시스템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공격한다면 우리도 그들이 기름, 전기 없이 사는 법을 배우도록 만드는 게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 국가의 시설 타격이 격해지면 격해질 수록 우크라이나에게 더 불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주말 새 공격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력공사(Ukrenergo)는 러시아의 공격 후 전력 고갈을 예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의 주요 전력선 일부를 차단했다. 우크라이나 전력공사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 써 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전력수입을 극대화하고 대체 전력원도 활용해야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 군은 날씨가 풀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데, 2차 세계대전 승전일(5월 9일·전승일)에 맞춰 동부지역의 요충지 차시우 야르를 장악하기 위해서다. 전승일은 1945년 5월 9일 옛 소련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 날인데, 예로부터 행진과 불꽃놀이 등 축제를 거하게 치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행사를 축소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전승일까지 요충지 장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만여명의 러시아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러시아는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차지하기 위해 총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AFP통신은 미국 의회에 수개월 묶여있던 지원법이 최근 통과됐지만, 서방 국가들의 무기가 도착하기 전에 동부 전선 상황이 러시아에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은 “5월 중순과 6월 초가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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