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만 다니는 데 아니었네…MZ 취향 저격한 ‘이곳’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4. 4. 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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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자유컨트리클럽(CC). [사진 = 신세계건설]
바야흐로 골프 시즌이 한창이다. 능선과 호수의 구분이 선명해지고, 나뭇잎과 잔디밭의 푸른빛이 짙어졌다. 내리쬐는 햇볕은 따뜻한데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하다. 필드 곳곳에서 꽃향기와 흙내음이 물씬 풍긴다. 골프채 휘두르는 소리와 골프공이 날아가는 모습이 경쾌하다. 얼어붙은 땅이 녹은 봄과 낮이 길어지는 여름 사이, 자유컨트리클럽(CC)에서 계절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자유CC는 신세계건설이 운영 중인 올해로 개장 31년차를 맞이한 전통 있는 골프장이다. 면적은 97만7000㎡다. 골프 코스는 현재 18홀(인코스·아웃코스)이 마련돼 있다.

최근 물가가 치솟고 정규 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골프장 내장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자유CC는 우수한 입지를 기반으로 야간 라운딩과 2인 플레이, 9홀 라운딩, 로봇캐디 등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골퍼들의 발걸음을 다시금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자유CC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강북지역에서 출발해도 1시간 30분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다. 시간대에 따라 일부 도로에서 차량 정체를 겪을 수는 있지만, 뛰어난 수도권 접근성은 오랫동안 장점으로 꼽혀 왔다.

여기에 오는 2026년 850억원을 들인 9홀 증설이 완료될 예정이다. 자유CC가 평일·주말야간을 이용한 9홀 라운딩을 제공하는 만큼 새로운 코스에 대한 내장객의 기대감이 상당해 보인다. 마지막 티오프는 오후 5시 56분이다. 통상적으로 9홀을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 10분 안팎이니, 빠르면 8시에는 라운딩을 끝낼 수 있다.

부드럽게 잘 움직이는 로봇캐디. [사진 = 신세계 건설]
인포데스크 또는 셀프데스크에서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로커에 소지품을 보관한 뒤 클럽하우스 밖으로 나오면 골프백이 낯선 기계에 실려 있을 것이다. 바로 로봇캐디다. 우리나라 기업인 헬로캐디가 개발한 자율주행전동카트다. 미국·독일·중국 등 글로벌 로봇캐디업체 제품과의 경합을 진행한 결과 상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잔디를 밟게 됐다. 헬로캐디의 로봇캐디는 현재 전 세계에 수출돼 캐디들의 노동 강도를 줄여 주고 있다.

로봇캐디는 위치결정시스템(GPS)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탑재해 사용자를 추적한다.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잘 따라온다. 마치 강아지처럼. 사용자가 걸음을 멈추면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정지한다. 다만 사용자의 걸음이 빨라지면 천천히 가라는 멘트를 내보내는 등 순발력은 다소 부족했다.

로봇캐디에 장착된 스크린을 통해 코스에 대한 정보와 공략법, 다른 팀의 위치, 스코어, 홀까지 남은 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를 사용에 익숙한 청년층과 캐디 동행이 어색한 골퍼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됐다.

필드로 나가기 전 로봇캐디 이용 방법과 안전 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고, 관제실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길을 잘못 드는 내장객이 있으면 모니터링하던 직원이 달려와 길잡이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자유CC에서는 2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가까운 이와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만큼, 부부나 친구 사이로 보이는 골퍼들이 대부분이다. 지난주에는 배우 차승원과 소지섭이 함께 라운딩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자유CC에 입점된 스타벅스. [이가람 기자]
자유CC는 스타벅스가 입점된 유일한 골프장이기도 하다. 기존 정자 형태의 휴식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외관은 살리되 내부는 카페로 꾸몄다. 시즌 한정 음료를 포함한 모든 메뉴가 판매되고 있지만, 시그니처는 블렌드 원두를 사용한 라거 형태의 맥주다. 주류 판매 스타벅스 매장은 자유CC가 최초다.

디저트전문점인 베키아노누보와 골프웨어업체인 제이린드버그도 클럽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모두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다. 계열사를 상징하는 컬러로 랩핑이 된 카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하는 컬러의 카트를 고르는 내장객도 있다.

레스토랑은 외주가 아닌 직영이다. 이주희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이사가 골프장 음식은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책임을 강화했다. 레스토랑을 찾는 다수의 내장객이 프라이드치킨과 고추튀김 세트에 맥주를 시킨다. 치킨은 바삭하고 짭짤해 소스를 곁들이지 않아도 입맛을 자극한다.

내장객들은 아름다운 조경과 최상의 컨디션도 자유CC의 강점으로 꼽는다.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입구 경관과 색색의 조명, 바닥을 수놓는 미디어아트, 키가 크고 뿌리가 견고한 나무들과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돌담 장식 등이 볼거리가 돼 준다.

또 페어웨이가 넓고 곧게 뻗어 실력자도 초심자도 즐겁게 라운딩할 수 있지만, 난도 높은 코스가 적절히 섞여 있어 마냥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9홀 라운딩이지만 1만보는 족히 걷게 돼 운동량 측면에서도 아쉽지 않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쓱닷컴과 스타벅스 제이린드버그, 노브랜드 콘셉트로 꾸민 카트들. [사진 = 신세계건설]
자유CC 내장객을 성별별로 분류하면 올해 기준 남성이 60%로, 여성(40%) 대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여성의 비중이 전년 대비 10%포인트(p) 확대됐다.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의 비중도 전체의 20%까지 올라섰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골프장 순증가매출액은 2조4863억원에 달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578만명의 골퍼가 추가로 지출한 금액이 최대 5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자유CC 이용요금은 그린피와 로봇캐디피를 합쳐 최대 13만원(비회원·9홀·주말 기준)이다. 신세계건설의 목표는 앞으로도 합리적인 이용료를 유지하면서 MZ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트렌디한 콘텐츠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한편 신세계건설은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유CC를 포함한 레저사업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6월 열리는 이사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해 소유권을 이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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