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상영 10번 중 8번은 ‘범죄도시’…“다른 영화 못봐” 관객 울상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5일 만에 42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 중인 가운데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4>는 개봉 첫날인 24일부터 5일차인 일평균 81% 넘는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 상영점유율이란 일일 전체 상영 횟수 중 특정 영화가 차지하는 상영 횟수의 비율을 말한다. 하루 극장에 걸리는 영화 10편 중 최소 8편은 <범죄도시4>가 걸린다는 뜻이다. <범죄도시4>의 일 평균 상영 횟수는 16358회에 달한다.
‘쌍천만’ 시리즈의 속편으로, 흥행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각 극장들은 <범죄도시4>에 상영관을 몰아줬다. 극장가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인 상황에서 관객의 선택이 확실한 영화에 상영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개봉한 다른 영화들이 <범죄도시4>에 밀려 이른바 ‘황금시간대’에 걸리지 못하면서 관객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24일 개봉한 루카 과다니노의 <챌린저스>는 미국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국내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아온 작품이다. 그러나 개봉 당일부터 일평균 3%대의 상영 점유율 보이고 있다.
한 관객은 “개봉 전부터 <챌린저스>를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상영 시간대가 아주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이라 아직 보지 못했다”며 “<범죄도시4>의 극장 독과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최대 상영관인 CGV용산아이파크몰의 29일 상영시간표를 보면 10~30분 단위로 촘촘하게 배치된 <범죄도시4>와 달리 <챌린저스>의 상영 횟수는 오전 11시10분과 자정을 넘긴 12시40분 상영을 포함해 5회에 불과하다.
영화 관련 커뮤니티나 온라인관계망서비스(SNS)에도 “<범죄도시4>로 인해 영화 관람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범죄도시4>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흥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간 흥행 기록이다.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김무열)와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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