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여는 건 이성 아닌 감정”…합리적 소비가 어려운 이유

전태훤 조선비즈 선임기자 2024. 4. 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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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뇌과학의 비밀
뇌, 마케팅의 비밀을 열다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구소영 옮김│다산북스│ 1만9800원│332쪽│3월 25일 발행


명품 매장 앞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 로이터연합

“합리적인 소비자는 없다. 오직 감정적인 소비자만 있을 뿐이다.”

최근 우리가 구매한 것들을 살펴보자. 여러 물건 가운데 정말 필요해서 산 것들은 얼마나 될까. 꼭 필요하지 않아도 예뻐서, 힘든 일상에 대한 보상으로, 주위 사람들이 다 갖고 있어서,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쓸 것 같아 충동 구매한 것들이 생각보다 꽤 많을 거다. 가격을 비교하고, 반드시 사야 할 것인지 확인해서 현명하게 구매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돌아보면 합리적 소비는 온데간데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각과는 달리 열리고 마는 우리의 지갑. ‘사지 말아야지'를 입과 머리로 되뇌면서도 어느새 지갑을 열고 마는 심리는 대체 뭘까.

이런 ‘비합리적 소비’가 생기는 것은 ‘사고 싶은’ 감정이 ‘사지 않아도(야) 된다'는 이성을 앞섰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며 신경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로 세계 유수 기업들의 마케팅·브랜딩 자문을 맡고 있는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는 15년간 뇌과학과 심리학, 마케팅을 연구한 끝에 우리가 구매 판단을 내릴 때 이성보다 감정에 훨씬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알아냈다.

그가 찾은 답은, 팔리는 물건은 모두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뇌 속에 있는 무의식을 움직이는 방법을 안다면 이성으로 꽁꽁 묶어둔 구매 의지도 얼마든지 무장해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명품에도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지갑을 열고, 실용성과 활용도가 떨어져 보이는 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리적 소비에 맞춘 마케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매자의 감정을 채워주는 ‘다른 영역’의 소비가 존재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이런 소비자 감정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을 찾는 것이 매출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 됐다.

책은 이론 중심인 다른 마케팅서와 달리실무 중심으로 쓰여 있어 필요할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고객의 동선, 전시, 패키지, 색, 소리 등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요소부터 다양한 업종에 이르는 여러 사례가 담겨 있다.

제약 회사인 바이엘은 자사의 약을 구매하는 고객이 아무 해가 없을 거라는 안전성에 대한 욕구, 즉 균형 시스템이 강하게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이엘은 의사의 처방 외에도 안정감을 주기 위해 설명서를 특별히 제작했다. 약효에 대한 설명을 담은 설명서인 동시에 제품의 장점을 전달하는 홍보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바이엘은 단순한 설명서 하나로 두 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

통제를 통해서 높은 매출을 올린 기업도 소개한다. 생활 쇼핑 매장인 알디는 여러 선택지에서 혼란을 느끼고 불확실함을 피하려는 고객을 위해 다양한 상품 전시를 지양하고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을 엄선하여 한정된 물량을 전시한다. 매장의 배치도 최대한 단순하게 했다. 그 결과 고객에게 믿을 수 있는 상점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져 수많은 충성 고객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 할리우드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케빈 G. 보이드는 말 그대로 물을 금으로 바꾼 사람으로 소개한다. 그는 여러 스타를 만나며 그들이 세세한 것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남과 구별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준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어도 대박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기반으로 ‘블링 H2O’라는 생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일반 생수와 성분 차이가 전혀 없어도 그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생수를 기획해서 최고급 크리스털 물병에 담아 엄선된 고객에게 비싼 값에 팔았다. 그동안 합리적인 소비를 해왔다는 자부심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부작용’은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왕실과 정책 결과로 바뀌는 총리의 운명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권석하│안나푸르나│2만3000원│ 308쪽│3월 26일 발행


영국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동양 이방인의 눈으로 본 영국과 영국인, 영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인으로서 영국에 살면서 느꼈던 저자의 경이와 비감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통해 물리적 시간을 거슬러 영국의 빛과 그림자를 경험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커도 왕실에 대해 선을 넘지 않는 정치 문화 등 영국 정치를 지탱하는 힘과 바탕을 살펴본다. 어떻게 해야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지를 영국의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브레이크 없는 황금빛 욕망을 좇는 어둠과 광기의 오디세이
금붕어 룰렛
오윤희│팩토리나인│ 1만6800원│408쪽│4월 23일 발행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파격적 소재와 아슬한 수위로 빚어낸 구성이 반전을 거듭하며 전개된다. 스물여덟 번 바뀌는 수수께끼 구성, 불규칙하게 옥죄는 기상천외한 살해 방식, 곳곳에 도사린 트릭과 반전, 막판까지 몰아치는 서릿발 전개로 인간의 욕망과 파멸의 심리를 파고드는 통렬한 복수극이다. 일확천금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과 그 욕망을 가로챈 ‘괴물’들의 서슬 퍼런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인구 축소 위기 사회… 우리는 왜 소멸을 선택했나?
초저출산은 왜 생겼을까?
조영태 외 6명│김영사│ 1만6800원│240쪽│3월 22일 발행


합계출산율 0.98명(2018년)에서 0.72명(2023년)으로 ‘1’이 무너진 이후로도 합계출산율은 계속 추락 중이다. 출산율이 추락 중인 진짜 이유는 뭐고, 인구절벽 벼랑에서 생존할 해법은 무엇일까?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초저출산 현상의 근본 원인과 해법을 담았다.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심리적 기제에서 저출산에 대응한 다른 나라의 사례와 사회 시스템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조망한다.

30대 기자와 60대 연금학자가 주고받는 노후·연금 이야기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오건호│서해문집│ 1만8000원│240쪽│3월 13일 발행


나이가 들어도 국민연금을 약속대로 받을 수 있을까? 국가 지급 보장이란 약속은 믿어도 될까? 1000조원이 넘는 기금이 바닥날 거란 전망은 진실일까? 1988년생 노동 전문 기자와 1964년생 연금학자가 국민연금과 노후에 대해 국민이 갖고 있는 이유 있는 불신과 불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나아가 현세대의 노후를 책임지면서도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이른바 ‘지속 가능한 노후’를 위한 연금 개혁의 길을 모색해 본다.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꾼 7가지 경제 탐구
경제를 일으킨 결정적 질문
박정현│다른│ 1만5000원│188쪽│3월 18일 발행


인류가 지금까지 경제활동을 하며 던졌을 법한 굵직한 질문 7가지를 통해 경제 이해를 돕는다. 7개의 짧고 간단한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경제와 얽힌 세계 역사의 핵심적인 순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업혁명, 세계대전, 공산주의 혁명 등 인류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경제 문제와 연관됐음을 설명한다. 환율, 금리,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 용어들도 일상적인 사례와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

가능한 것들: 갈등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Possible: How We Survive (and Thrive) in an Age of Conflict
윌리엄 유리│포트폴리오│ 21.58달러│256쪽│4월 2일 발행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갈등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세계적 협상·중재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인류학자 저자가 갈등과 분쟁 현장에서 겪은 40년 이상의 경험을 토대로 가족, 기업, 나라 간 관계를 위협하는 갈등을 다루는 창의적인 방식을 기술했다. 대립과 갈등의 위협과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바꿀 혁명적인 사고 방식을 전한다. 갈등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 삶과 세상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인사이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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