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반도체 불량 판단 ‘실리콘 러버 소켓’ 세계 1위 ISC 김정렬 대표 | “글로벌 최대 CPU 회사에 양산용 공급…올해 매출 2500억원 목표”

전병수 조선비즈 기자 2024. 4. 29. 11: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렬 ISC 대표 경북대 전자공학, 전 JMT 대표 사진 ISC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에 반도체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테스트 소켓’ 수요가 늘고 있다. 반도체 설계·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생산 수율(정상품 비율)이 저하되자, 반도체가 양품인지 불량인지를 검사하는 데 사용되는 소모성 부품인 테스트 소켓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가 최종 출하되기 전 패키징이 끝난 칩과 이를 테스트하는 검사 장비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부품이다. 인텔과 엔비디아, AMD 등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단계부터 테스트 소켓을 투입하고 있다.

ISC는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고무 소재 테스트 소켓인 ‘실리콘 러버 소켓’을 양산했다. 현재 세계 실리콘 러버 소켓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 AMD, 퀄컴 등 시스템 반도체 업체 등이 고객사다. 실리콘 러버 소켓은 다수의 핀을 소켓 바닥에 장치한 기존 포고 소켓보다 실리콘 접촉 면적이 넓어 전류 손실이 적고, 전류 통과 속도가 빠르다. 검사 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렬(63) ISC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으로 시작, 북미 AI 가속기 고객사의 R&D용 테스트 소켓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며 “올해부터는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회사에 R&D용뿐 아니라 대량생산용 소켓 공급을 시작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ISC가 인수한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소켓 2위 기업 일본 JMT 대표를 역임했고, 지난 2018년부터 ISC를 이끌고 있다

SKC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후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225억원을 들여 ISC 지분 45%를 인수했다. ISC는 반도체 소재와 부품,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SK엔펄스와 유리 기판을 개발하는 앱솔릭스 등 SKC 자회사와 협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SK엔펄스 테스트 장비에 ISC의 소켓을 장착해 고객에게 납품하는 형태, 앱솔릭스가 유리 기판을 출하할 때 ISC의 테스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 등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ISC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침체 탓에 매출이 전년(1789억원) 대비 22% 가까이 감소한1402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려 확대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매출 비중과 AI 반도체 관련 수요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사들로부터 R&D용 소켓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R&D 단계에서 ISC 테스트 소켓 성능의 신뢰를 확보하고, 관련 제품이 대량생산될 때 투입되는 테스트 소켓 공급도 확대돼 올해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트남 하노이 빈푹성에 있는 ISC 테스트 소켓 생산 공장. 사진 ISC

지난해 10월 SKC가 인수했는데, 사업 전략은.

“ISC가 실리콘 러버 소켓 시장점유율이 높고, 원천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SKC가 인수했다. SKC에는 SK엔펄스와 앱솔릭스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계열사들이 있어 후공정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SK엔펄스, 앱솔릭스와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SK엔펄스는 테스트 장비를 생산하고, 앱솔릭스는 플라스틱 계열 소재 반도체 기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리 기판을 개발하고 있다. SK엔펄스의 테스트 장비에 ISC 소켓을 탑재해 납품하는 형태, 앱솔릭스가 유리 기판을 출하할 때 ISC의 테스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 SKC와 협력해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황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올해 실적은.

“지난해 해외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 물량이 줄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테스트 소켓시장의 특성상 전방 산업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테스트 소켓이 최종 제품의 테스트 단계에 투입되다 보니 전방 고객사와 비교할 때 2~3개월가량 늦은 회복세를 보여 실적 개선이 더디다.

지난해부터 생성 AI 구동에 필요한 CPU, GPU를 제조하는 고객사로부터 R&D용 수주 물량이 늘었다. 글로벌 CPU 1위 고객사에는 양산용 물량의 공급을 시작했다. 현재 공급 중인 R&D용 수요도 상당해 한 기업당 100억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양산용 물량은 R&D용보다 2~3배 더 많이 공급하는 만큼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의 65% 수준이었던 시스템 반도체 비중을 90% 가까이로 끌어올려 올해 매출 2500억원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북미 고객사에 양산용 소켓 공급을 시작했는데, 추가 공급 상황은.

CPU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고객사에 양산용 소켓을 공급한 만큼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AI 가속기 고객사 양산 물량 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산용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이 많이 요구되고 그만큼 시간도 소요된다.

지난 2~3년 전부터 북미 여러 고객사에 R&D용 소켓은 꾸준히 공급해 왔고, R&D용을 공급하며 ISC 소켓 신뢰성을 검증받았다. 해당 고객사를 중심으로 양산용 소켓을 납품할 수 있도록 영업을 전개해 빠른 시일 내에 양산용 소켓 고객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HBM 양산용 소켓 공급은 계획이 없는지.

“아직 HBM 양산용 제품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서도 수익성 등 테스트 소켓 도입 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기술 난도가 높아 테스트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뒤따를 것이라고 본다. R&D 단계에서 차세대 HBM 성능을 검증해야 하고, 대량생산 과정에서는 수율을 안정화해야 하므로 테스트 소켓이 필요할 수 있다. HBM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설계와 공정이 첨단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ISC도 수요가 확대되는 시점에 맞춰 공급할 수 있도록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AI 가속기용 테스트 소켓 외에 준비 중인 사업 분야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와 북미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업계가 포진한 유럽 시장에 대한 공략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작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고객사뿐만 아니라 유럽 고객사를 대상으로 대응을 강화하고있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되며, 기존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반도체 탑재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 성능을 좌우하는 반도체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차량 안전성과 직결되는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