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활용법 [더 나은 경제, SDGs]

황계식 2024. 4.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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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옳다고 생각하면 비판이나 여론에 개의치 않고 소신 발언을 내놓고 있어서다. 대표적 예로 지난 25일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을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에 대한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금투세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이 거론된 데 대해 이 원장은 당시 “과하게 얘기하면 비겁한 결정”이라고 비판한 뒤 “금투세 제도가 도입 당시에는 합리성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채권시장과 자본시장이 변했고, 과세 수입만 고려하기에는 자본시장 유동성 공급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크며 또 기업 밸류업과도 상충된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금투세 시행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대 의견을 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예정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차질 없이 시행되게 할 것”이라며 “유예든, 폐지든 금투세 시행을 미뤄 부자들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과 학계 일부에서도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투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 감독 업무와 무관한 월권이다” 등의 비판이 따랐었다.

앞서 이 원장은 국회의원 총선거를 일주일 남짓 앞둔 지난 3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당선인(당시 후보)의 ‘편법 대출’ 논란과 관련해 공동 현장 검사를 제안했었고, 민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었다. 새마을금고가 행정안전부 소관인 만큼 금감원 검사는 부적절하고, 당국이 선거에 개입하는 거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당시에도 “시기상 예민한 시기에 저희 일이 아닐 수 있는데 조심스럽고 개인적으로 불편한 감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검사를 해도, 안 해도 오해를 받을 것이고, 모든 결정은 제가 한 것이니 잘잘못에 대한 책임도 제가 진다”고 밝혔었다.

또 “주택 구입 목적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면 편법이 아니고 명백한 불법”이라며 검사의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간 이 원장은 여러 번 월권 비판을 받았다. 2002년 6월 취임하고 직후 17개 은행장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으니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그해 말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고 발언했다 금융산업노동조합과 한국노조총연맹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개입하는 관치’라며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또 지난해 초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감독원 고유 업무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이 원장이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은 비교적 선명해 상당수 금융 소비자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 원장은 취임식에서 금융감독 정책 방향과 관련해 3가지를 꼽았는데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 도모’, ‘소통’,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가 그것이다. 특히 그간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소리를 냈던 분야는, 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은행의 지배구조와 이자 고수익에 대한 지적도 이러한 배경이 바탕이 됐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판매했다 기록적 손실을 낸 11개사(5개 은행, 6개 증권사)에 대해 제재를 추진하며 자율 배상을 끌어냈고, 윤코노믹스(윤석열 대통령표 경제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상생금융’을 맨 앞에서 진두지휘했었다. 자본시장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공매도 정책에 대해서도 “무차입 공매도에 사후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며, 중앙 시스템을 통해 모든 주문을 재검증하는 전산화 방안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었다.

이 원장은 검사 시절에도 타협이 없는 강골로 유명했다. 그의 정치권 수사 리스트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고,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와 대기업이라 해도 국민과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했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의 여론조작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사건, 삼성의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 다스 소송비 대납사건, 이재용 삼성 그룹  회장(당시 부회장) 승계문제로 인한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등 거대한 권력을 수사하면서도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2022년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그는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 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었는데, 권력과 부정한 세력에 의한 국민과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묵과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그를 둘러싼 거취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4.10 총선 차출설’, ‘대통령실 법률 수석 내정’ 등 여권의 위기 순간에는 어김없이 이 원장의 이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매번 낭설이라고 직접 언론에 밝히고는 금감원 업무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지난 18일 중동 분쟁 관련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는 “당분간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등으로 고환율·고유가·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져달라”고 강조했었다. 중동사태뿐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 국내외 금융 리스크가 산적한 만큼 이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외부에서 그를 평가하는 많은 말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원장을 직접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한가지 공통점을 언급한다. 매우 겸손하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2022년 ‘금융의 날’ 국무총리 표창 수상 시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눴고, 또 올해 1월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도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었다. 당시 이 원장이 보인 모습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친 리더가 아닌, 편안하고 친절한 대학 선배 같은 느낌이었다. 선거철 정치인들이 애써 꾸며낸 것이 아닌, 몸에 밴 친절함이다. 그런 면에서 이 원장을 적소에 활용하고자 하는 대통령과 여권이 어쩌면 그를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가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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