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빠진 서민경제…‘옥죄기’ 속 악순환 고리 [한양경제]

이창원 기자 2024. 4. 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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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등 역대급 높은 연체율 기록
5대 은행 평균 연체율도 눈에 띄게 상승
“고금리‧규제 등 너무 가혹한 현실에 암담”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급전’을 원하는 서민들이 대출 문턱 앞에서 스러지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았던 카드사나 저축은행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사실상 ‘대출 옥죄기’가 서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으로 취약계층 등 서민들의 대출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의 발걸음이 사채시장 등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 1분기 가계 대출 연체율 0.28%…‘돈줄’ 막힌 서민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 1분기말 연체율은 1.56%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7%와 비교하면 0.19%p(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5년 9월 최고 연체율(1.68%) 기록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도 0.32%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0.27%)와 전 분기(0.29%) 대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1분기 말과 4분기 말 각각 0.24%, 0.26% 수준이었던 가계 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0.28%로 상승했고, 지난 2월 말에는 0.3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연체율 증가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저금리 상황과 금융지원 정책 등이 종료됨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모습”이라며 “코로나 기간 중 풍부했던 유동성이 고금리, 규제 정책 등의 영향으로 막히며 대출 자산 건전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이 가계대출의 규모는 감소시켰지만, 당장 서민들의 ‘돈줄’을 막는 효과가 발생해 연체율이 증가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50대 직장인 A씨는 “고금리 등으로 국내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옥죄기’가 서민들의 자금 융통을 막아 너무 가혹한 현실을 만들고 있다”며 “정상적인 금융지원과 거래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 기업 대출 연체율도 상승…신한‧하나 건설업 연체율 1% 넘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앞다퉈 늘려왔던 기업 대출의 경우도 연체율이 상승했다.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1분기 기업 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년 동기(0.3%), 전분기(0.31%) 대비 각각 0.05%p, 0.04%p 늘었다.

특히 지난 2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5%,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 대출 연체율은 0.47%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건설업 기업의 1분기 말 평균 대출 연체율(농협은행 제외)은 0.78%로 전년 동기(0.37%)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1분기 말 신한은행의 건설업 기업 대출 연체율은 1.18%에 이르렀고, 하나은행도 1.13%를 기록하는 등 연체율이 1%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부실 채권이 증가하고, 고금리 등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로 많은 건설업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통상 법인이나 기업은 회사채 만기가 다소 더디게 돌아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부실화는 앞으로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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