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90% 돌파… 꿈틀대는 집값에 경매도 `줍줍` 열기

박순원 2024. 4. 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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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률 22개월만에 가장 높아
감정가보다 높은 낙찰값 속출
<연합뉴스 제공>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1년 8개월 만에 90%를 돌파했다.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로 경매 건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아파트값이 꿈틀 대면서 법원 경매 열기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29일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진행된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85.9%)보다 5%포인트가량 상승한 90.8%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83.7%)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를 뜻하는 낙찰률도 지난달 34.9%보다 높은 47.1%를 기록하며 절반에 육박했다. 올해 들어 낙찰률은 1월 37.7%, 2월 34.9%에 그치며 부진했다.

4월 낙찰률은 2022년 6월(56.1%)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경매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지난달 일반 매매 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저가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른 영향이 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로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28일 기준 4060건으로 2021년 8월(4065건)에 육박한 상태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2021년 7월(4680건)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지역의 경매 물건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일 현재 289건으로 300건을 넘어선 작년 1월 수준으로 경매 물건이 증가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여파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면서 이달에는 강남권의 아파트 경매도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고가 낙찰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고가나 강남권 등 인기 단지에서는 낙찰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은 고가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 26일까지 낙찰된 136건 가운데 낙찰가율이 100% 이상인 경우는 총 27건으로 19.9%에 달했고, 16건은 1회차 첫 경매에서 낙찰됐다.

지난 1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7계에서 입찰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7㎡는 첫 입찰에서 감정가(78억5000만원)의 119.35%인 93억6900만999원에 낙찰됐다. 이는 낙찰 금액으로 가장 높았던 201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4㎡의 83억7508만원 기록을 깬 역대 최고가다.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4건은 1회차 경매에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이달 8일 입찰한 잠실엘스 전용 60㎡는 감정가가 16억원인데 13명이 경쟁을 벌여 감정가의 114.7%인 18억3500여만원에 낙찰됐고, 역시 잠실엘스 전용 85㎡도 8명이 몰린 가운데 23억6100여만원에 낙찰되며 낙찰가율이 감정가(21억6000만원)의 109.3%에 달했다.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은 일반 매매거래 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지만 경매로 취득한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경매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강북 등 비강남 지역의 경매 아파트는 1~2회 이상 유찰된 상태에서 저가 낙찰되는 등 양극화 모습이 두드러진다. 도봉구 방학동 극동 아파트 전용 85㎡,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 전용 60㎡는 낙찰가율이 각각 72%, 69.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의 상승 거래가 늘면서 법원 경매도 인기 단지 위주로 투자수요가 꾸준히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의 감정가가 6개월~1년 전에 이뤄져 현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경매 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라며 "다만 인기 단지와 비인기 단지의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경매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대법원 경매정보통계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경매 신청 건수는 1만93건으로 1월(1만619건)에 이어 또다시 1만건을 넘었다. 3월 통계로는 2013년 3월(1만281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경매 물건이 급증하면 응찰자가 분산되고 낙찰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커진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 신청이 많다는 것은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그만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최근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값이 다시 하락하면 경매 수요도 감소하는 만큼 고가 낙찰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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