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톱스타 인기 업고… ‘팬덤’ 연극·뮤지컬 흥행불패

유민우 기자 2024. 4. 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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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원작 ‘천개의 파랑’
연극 티켓 하루 만에 매진
구병모의 ‘파과’ 는 뮤지컬
“책과 비교해가며 보는 맛”
전도연 연극무대 복귀 화제
가수들 뮤지컬 데뷔 잇따라
예매 톱10에 스타 다수출연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파과’ 공연사진.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누아르 장르지만 원작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PAGE 1 제공

최근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연극 ‘천 개의 파랑’은 티켓 오픈 하루 만에 전 회차(22회), 전석(2090석)이 매진됐다. 공연계에 불고 있는 ‘머글(마니아 아닌 일반 관객) 팬덤’의 강렬한 사례다. 공연계에 탄탄한 팬층을 지닌 소설·영화 등을 원작으로 하고, 강력한 팬층을 거느린 스타를 캐스팅하는 등 ‘팬덤 기획’ 바람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원작 팬덤

“원래 천 작가를 엄청 좋아하고, ‘천 개의 파랑’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연극 무대에 어떻게 오를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소설, 영화 등 원작의 팬덤은 공연의 흥행을 이끄는 새로운 세력 중 하나다. 지난 16일 개막한 국립극단의 ‘천 개의 파랑’ 공연장은 ‘천선란 팬클럽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 개의 파랑’은 2019년 출간 후 15만 부 이상 판매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공연장에서 만난 천 작가의 팬 이모 씨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성격이 원작과 달라서 오히려 흥미로웠다. 소설에선 로봇 ‘콜리’의 외양이 크게 언급되지 않는데, 연극에선 로봇 배우가 나오니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팬인 도모 씨는 “원작이 연극에서 어떻게 연출됐는지 너무 궁금했다. 소설과 비교하며 볼 생각이다”고 했다.

‘천 개의 파랑’은 오는 5월 12일에는 서울예술단의 뮤지컬로도 무대에 오른다. 연극 ‘천 개의 파랑’을 보러 온 천 작가 팬들은 뮤지컬도 관람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과학소설(SF)이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고 천선란, 김초엽 등 인기 작가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오기에 ‘천 개의 파랑’을 제작하게 됐다”고 했다.

소설가 구병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파과’ 역시 원작 팬들이 몰려왔다. 지난달 15일 초연된 뮤지컬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 때 팬들이 소설 ‘파과’를 읽기도 했다. 구 작가의 팬이라는 20대 정가연 씨는 “공연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너무 좋아하는 소설이 뮤지컬로 제작된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한편 지난 3일 개막한 SF연극제에서는 한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인간’이 올랐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무대에 곧 오른다. 이와 함께 영화 ‘스쿨 오브 락’ ‘디어 에반 헨슨’ ‘시스터 액트’ 등이 원작인 뮤지컬에는 영화 팬들이 대거 유입됐다. 특히 ‘시스터 액트’는 1993년 개봉한 영화를 관람한 중장년층에서 큰 호응을 얻어 40대 이상 예매율이 45.6%에 달했다.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연극 ‘천 개의 파랑’(위 사진)과 잭 블랙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스쿨 오브 락’(아래). 국립극단· 에스엔코 제공

◇스타 팬덤

“연극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배우로서 피가 끓는 게 느껴져 출연을 결심했다.” 6월 개막하는 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전도연의 말이다. 톱스타들의 출연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티켓파워 있는 연예인의 출연은 공연 흥행을 위해선 필수에 가깝다. 공연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 티켓의 월간(3월 27일∼4월 26일) 뮤지컬 예매율 1∼10위 중 톱 연예인이 참여하는 작품은 8개에 달한다. 연극 역시 1∼10위 중 6개에 톱 연예인이 출연한다.(표)

연극·뮤지컬 무대 경험이 없지만 주연으로 직행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동방신기 최강창민은 심창민이라는 이름으로 5월 초연하는 뮤지컬 ‘벤자민 버튼’으로 뮤지컬에 데뷔한다. 뮤지컬 경험이 전혀 없지만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을 맡았다. 지난해 트로트 가수 김희재 역시 뮤지컬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대극장 뮤지컬 ‘모차르트’에 주연으로 출연해 전석 매진시키며 티켓파워를 확실히 보여줬다. 소녀시대 수영, 원더걸스 소희, 몬스타엑스 셔누 등도 주연으로 데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티켓 값이 오르며 반복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이 줄어들면서 ‘일반인 팬덤’에 눈을 돌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공연계 내부의 회전문 관객이 줄어들자 공연 밖, 다른 장르의 팬들을 새 관객으로 유입시키려 한다. 특히 초연의 경우 검증되지 않았기에 외부 팬덤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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