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화유산 답사, 근대화 구체적 모습 이해하는 여정”

박동미 기자 2024. 4.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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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유적의 발굴과 보존, 활용은 교회사적으로만, 기독교 신자들에게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사에서 근대화를 논할 때 140년 역사의 한국 교회가 절대 빠질 수 없습니다."

지난 24일 전남 여수 손양원 목사 유적공원에서 만난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기독교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이철 공동대표회장, 신평식 사무총장 등 교계 인사들이 허 교수와 함께 진행한 호남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 답사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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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은철 총신대 교수
“선교사, 100년전 학교 등 세워
한국인 모두가 유적지 보존해야”
허은철 총신대 교수가 지난 24일 전남 여수 애양원 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수=글·사진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기독교 유적의 발굴과 보존, 활용은 교회사적으로만, 기독교 신자들에게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사에서 근대화를 논할 때 140년 역사의 한국 교회가 절대 빠질 수 없습니다.”

지난 24일 전남 여수 손양원 목사 유적공원에서 만난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기독교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이철 공동대표회장, 신평식 사무총장 등 교계 인사들이 허 교수와 함께 진행한 호남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 답사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들은 22일부터 사흘간 영광, 신안, 목포, 순천, 여수 일대의 유서 깊은 교회와 순교지, 선교사들의 흔적을 찾고 그 정신을 되새겼다. 허 교수는 “잘 보존된 곳도 있지만 가치를 잘 드러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할 일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교총이 적극적으로 근대 기독교 유적을 알리기 시작한 건 3년 전. 첫해엔 전북과 경북 지역, 지난해엔 인천·강화 지역을 탐방했다. 허 교수는 탐방단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손수 책자를 만들고, 매번 안내자를 자처했다. 기독교 신자로서의 순전한 마음에, 역사 연구자로서의 책임감도 작용했다. 그는 “근대화의 구체적인 모습이 기독교 정착 과정에 있다”면서 “특히 호남지역은 차별의 공간, 버려진 땅이 어떻게 병원, 학교, 교회 같은 ‘삶의 장소’로 변화했는지 잘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을 알면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점도 명확해진다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근대식 학교와 병원이 세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훨씬 앞선 1800년대 후반 목포와 순천 등에 선교사들이 세운 병원과 학교가 지역사회를 바꾸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의 선한 의도와 일제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르죠. ‘근대’라는 말로 쉽게 묶일 수 없습니다.”

기독교는 한국 사회에 민주·자유주의 사상을 전하는 역할을 했고, 한국인이 술과 담배를 끊고 저축하며 자립할 수 있게 돕기도 했다. 또, 백정과 여성에게 이름을 줘 평등 사회의 기반 마련에도 일조했다. 허 교수는 특히 문화적인 영향에 주목한다. 한글의 매력을 가장 먼저 해외에 알린 것도 선교사들이라고 했다. 실제로 목포와 순천을 중심으로 활동한 미국 남장로회 목사들은 한국어 이름을 지어 생활했다. 파송에 가장 중요했던 것이 현지 언어 능력이었고, 남장로회는 자체 한국어 시험을 만들어 치렀다. “요즘 K-팝과 더불어 한글이 세계적으로 부상했잖아요. 이미 100여 년 전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논문을 쓴 것도 선교사들입니다.”

답사지는 비교적 유산이 잘 보존된 곳들이다. 목포는 ‘호남 선교의 아버지’ 유진벨 목사가 세운 양동교회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순천은 인돈(윌리엄 린튼)-인휴(휴 린튼)-인요한(존 린튼)으로 이어지는 선교사 가문이 의료·교육 등 다방면에 영향력을 끼쳤다. ‘순천 매산등 순례길’이 생길 만큼 지역의 관심도 높다. 영광엔 교인들이 대거 순교한 염산교회와 야월교회가, 신안 증도엔 ‘섬 선교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이 있다.

답사는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품었던 손양원 목사의 애양원 교회에서 마무리됐다. 허 교수는 “이를 관통하는 것은 ‘용서와 화해’다. 굴곡진 일들이 많았지만 신앙인들은 한마음으로 이를 이겨냈다”고 전했다. “대립과 갈등이 극심한 지금의 한국에 큰 울림을 주지요. 100년 전 기독교가 사명을 다한 것처럼, 미래를 위해 지금의 기독교도 사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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