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흐리기 3인방 “암살대원 경찰 기록 있으니” 학살 피해 부정

고경태 기자 2024. 4.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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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사건(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란 진도군 의신면·임회면에 거주하던 이들이 한국전쟁 중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 행위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1950년 10월 경찰 수복 뒤, 1951년 1월까지 거주지 일대에서 경찰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이후 1년간 진실화해위에선 김 위원장 주도로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중 부역자 선별' 작업이 본격화했다.

경찰은 전시 즉결처형 형태로 이뤄진 민간인 학살 사건의 가해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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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과거사 청산
뉴라이트 김광동 위원장 필두로
이옥남 위원·황인수 조사1국장
태안·영천·진도 등 학살 정당화 시도
지난 16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76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진도 사건(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란 진도군 의신면·임회면에 거주하던 이들이 한국전쟁 중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 행위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1950년 10월 경찰 수복 뒤, 1951년 1월까지 거주지 일대에서 경찰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암살’이라는 키워드는 어떤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5월25일 오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 개시 2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 보수언론의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된 이들 중에서 실제로 누구를 상대로 암살자로 활동했다든지 한 이가 있었나요?”

“부역자에 관해 세밀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겠다”는 김광동 위원장의 ‘부역자 색출’ 관련 발언은 이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처음 등장했다. ‘암살’은 전국 경찰의 사찰기록 중 오로지 진도경찰서의 기록에만 있다고 한다.

이후 1년간 진실화해위에선 김 위원장 주도로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중 부역자 선별’ 작업이 본격화했다. 경찰은 전시 즉결처형 형태로 이뤄진 민간인 학살 사건의 가해자 중 하나다. 그런데도 경찰이 작성한 기록을 토대로 경찰의 학살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태안 사건, 영천 사건을 거쳐 올해 3월 진도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위원장, 이옥남 상임위원(1소위원장), 황인수 조사1국장. 한겨레 자료사진

이런 흐름은 김광동 위원장-이옥남 상임위원(1소위원장)-황인수 조사1국장으로 이어지는 삼각 라인업이 주도하고 있다. 1소위와 조사1국은 한국전쟁 사건을 총괄한다.

뉴라이트 이론가를 자처하는 김광동 위원장은 설계자다. ‘부역자 심사’라는 전체 그림을 그리고 “암살대원이라는 경찰기록이 있으므로 민간인으로 볼 수 없다”는 식의 대응논리를 제공한다. 이옥남 상임위원은 집행자다. 위원장의 방향대로 어떻게든 사건 심의·의결안을 전체위로 상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황인수 조사1국장은 군기반장이다. ‘조사관 순치’ 임무를 맡았다. 틈만 나면 1국 조사관들에게 “유족들은 국가로부터 돈 뜯어내려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6월 채용된 그는 국가정보원 대공 3급 간부 출신으로 위원장이 표방한 ‘부역 몰이’ 기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올해 1월2일 조사관들에게 “현재도 매년 1월8일 북한 김정은이한테 생일 축하편지 쓰는 대한민국 국민이 수만 명입니다. (중략) 십수년간 이런 사람을 막아보고자 노력했지만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중략) 못 이루었던 결실을 여기서나마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신년 편지를 보내 자신의 ‘임무’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 초 ‘보고서 검증팀’을 꾸렸다. 조사관들이 작성해온 진실규명 보고서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팀이다. 한국전쟁기 사건을 다루는 조사1국에만 있다. 황인수 조사1국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팀이라고 한다. ‘반대 입장’에서 보고서를 살펴본다고 해서 ‘레드 플래그’(red flag)라는 별칭이 붙었다.

지난 3월14~15일 창원에서 열린 진실화해위원 워크숍에서는 이 팀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이상희 위원은 “‘반대 입장에서 보고서를 살펴본다’고 하는데, 사건을 자세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동석 위원은 “위원장 취향에 맞게 특정한 조사 방향을 유도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 이옥남 상임위원은 “위원회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별도의 보고서 검증팀과 관련해 한 조사관은 28일 한겨레에 “조사관들이 더 엄밀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희생자를 부역자로 조작하는 상황이라 악용될 게 뻔해서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수용시설 등 각종 인권침해 사건을 다루는 2소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훈 상임위원은 “검증은 위원 몫이다. 조사2국은 검증팀을 따로 둘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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