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CEO보다 ‘+10억’… 민희진 “난 더 받아야 돼” 발언 따져보니
지난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마이너스 실적을 내고 있는 박지원 하이브 CEO와 비교해 인센티브(성과급)가 고작 10억원 높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취지다.
민 대표의 말처럼 정말 박 CEO는 많이 받고, 민 대표는 적게 받은 것일까.
영업이익도 수직 상승했다. 2020년 하이브 영업이익은 145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95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박 CEO가 하이브 사령탑을 맡은 약 4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박 CEO가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는 민 대표의 주장과 배치된다. 하이브는 박 CEO 부임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실적을 낸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 어도어 매출은 1103억원으로 하이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다. 같은기간 어도어 영업이익은 335억원으로 하이브 전체 영업이익에서 11%를 차지한다.
하이브는 2956억 흑자를 이끈 CEO에게 10억의 인센티브를 주면서 335억의 흑자를 낸 민 대표에게는 20억원의 인센티브를 준 셈이다.
지주사 대표이사에게 자회사 대표 보다 더 많은 보수를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 전체 실적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에 대한 주식 보상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있어도 1000억원을 번다”고 말해서다.
하이브는 어도어 연간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가격에 민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지분 18%를 되사주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다시 말해 어도어가 100억원의 이익을 내도 1300억원 이익을 낸 것으로 가정하고 ‘1300억 곱하기 0.18(지분율)’의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는 것이다. 매우 파격적인 보상이다.
지난해 어도어 실적으로만 계산해도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하이브에 매도해 784억원을 받을 수 있다. 하나투자증권은 오는 2025년 어도어 영업이익이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민 대표는 하이브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해 2100억원을 가져올 수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연간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가격이 아닌 30배로 계산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이브에 묶여있는 것으로 오해될 만한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증권가 예상처럼 어도어 영업이익이 900억원으로 성장하고 30배를 적용하면 민 대표의 풋옵션의 가치는 486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어도어 예상 연간 영업이익의 5.4배다. 즉, 어도어가 5년 이상 벌어야 벌 수 있는 금액을 민 대표가 혼자 가져가는 셈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 요구를 수용하면 회사가 주주가치훼손에 따른 배임의 책임을 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한 언론사에 “불합리한 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풋옵션과 관련하여 수정 제안을 받았으나, 그 제안을 포함하여 다른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들이 있었고, 주주간 계약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변경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밝혔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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